김미정 시인 / 당신은 어느 아침에 살고 있습니까
비어있는 주전자가 혼자 끓고 있다
뜨거운 비밀들, 시간의 바깥으로 흘러넘치고
유리 조각이 식탁의 잘린 표정을 번식시킨다
나무에서/빛을 빼고/그늘을 걷고/화분을 지우자/비로소 그림자가 되고/주방 바닥에/유리잔을 깨고/베란다를 부수고/커피를 버리자/그녀만 남았다/빛을 쏟아붓고/울타리를 만들고/의자를 놓고/꽃과 나무를 심었다/눈부신 아침/아침과 또 아침/아침이 반복되자/아무도 모르게/그녀가 사라졌다
언제부터 하루의 내부가 이렇게 좁아진 것일까
만져지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투명한 하루의 이마가 드러나고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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