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경 시인 / 어치를 기다려도 될까
아직 길 위에 있다 나는 무얼 찾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가로지르고 꼬부라져도 그 자리 종종거리면서 예서제서 그렇게 애면글면 시나브로 오무렸다 늘어났다가 접히기도
강아지처럼 웅크리고 있어도 그림자가 날뛰는 초현실적인 세상에서
보이지도 않는데 어치 울음소리에 귀가 젖는다
어치를 부를 수만 있다면 눈에서 사과를 딸 수 있을 텐데
어치, 어치, 어치,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 몰라, 어쩌면 아직일까
홀로 낡아가는 것보다 여벌이어도 나는 괜찮아
가슴에서 올라오는 말들을 혀로 감싸보지만 털 많은 곤충을 씹은 양 입안이 껄끄럽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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