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황성용 시인 / 강제추방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7.

황성용 시인 / 강제추방

 

 

메주콩을 갈다가도 도넛을 만들어주었듯

 

그러했어도

그녀는 폐경 후일담을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냄비를 빼냈다

 

오븐에도 알파(α)란 알파는 있는 것인데

냄비가 있다가 없는 알파는

화상인 듯 했다

 

뿌리칠 것들은 가방에 들어갈 수 없다

 

잠들지 못한 곳에서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 중,

 

그 중의 불을 질러 됐듯이

그녀 없이 그녀는 타고 있을 것이다

 

 


 

 

황성용 시인 / 공부합니다

 

 

아저씨가 나를 보고 몇 살 더 내렸습니다

 

20살 누나가 되었습니다 인생 문제가 되었다면 너무 낯설어서

쓸쓸하지 않을까요

 

가을이 제대로 오지 않았나 봅니다

집중할 수 없는 수업이 이끼와 비슷한 수준으로 번졌습니다

 

정답에 좋은 것은 꽃, 그중에 모란

봄에만 피는 꽃이라고 딱 정해져 있습니다

 

수업 받을 일 없어서, 학기 중에 중퇴를 했다, 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아저씨가 미팅을 제안합니다 책상에 물을 주기 시작합니다

우리 회원은 어차피 독해를 못 합니다

 

내일 예고된 것은 붕괴라고 합니다

전체가 사라진다는 뜻인데 상실감은 어떠하겠습니까

 

그 사람과 결혼한 줄 알고 같은 집에서 지냈습니다

지금까지 살았던 것은 오답입니다

 

우주를 빙빙 도는 행성은 아니지만 그 사람 주위로

몰려드는 것은 순정 때문이라며,

 

회로 합시다, 말고 공부합니다, 로 바뀌네요

 

 


 

황성용 시인

전남 해남에서 출생. 충북대학교 주어중문학과 졸업. 2017년 《광남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미련 없이 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