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용 시인 / 강제추방
메주콩을 갈다가도 도넛을 만들어주었듯
그러했어도 그녀는 폐경 후일담을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냄비를 빼냈다
오븐에도 알파(α)란 알파는 있는 것인데 냄비가 있다가 없는 알파는 화상인 듯 했다
뿌리칠 것들은 가방에 들어갈 수 없다
잠들지 못한 곳에서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 중,
그 중의 불을 질러 됐듯이 그녀 없이 그녀는 타고 있을 것이다
황성용 시인 / 공부합니다
아저씨가 나를 보고 몇 살 더 내렸습니다
20살 누나가 되었습니다 인생 문제가 되었다면 너무 낯설어서 쓸쓸하지 않을까요
가을이 제대로 오지 않았나 봅니다 집중할 수 없는 수업이 이끼와 비슷한 수준으로 번졌습니다
정답에 좋은 것은 꽃, 그중에 모란 봄에만 피는 꽃이라고 딱 정해져 있습니다
수업 받을 일 없어서, 학기 중에 중퇴를 했다, 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아저씨가 미팅을 제안합니다 책상에 물을 주기 시작합니다 우리 회원은 어차피 독해를 못 합니다
내일 예고된 것은 붕괴라고 합니다 전체가 사라진다는 뜻인데 상실감은 어떠하겠습니까
그 사람과 결혼한 줄 알고 같은 집에서 지냈습니다 지금까지 살았던 것은 오답입니다
우주를 빙빙 도는 행성은 아니지만 그 사람 주위로 몰려드는 것은 순정 때문이라며,
회로 합시다, 말고 공부합니다, 로 바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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