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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제하 시인 / 빈 들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9.

이제하 시인 / 빈 들판

 

 

빈 들판으로 바람이 가네 아아

빈 하늘로 별이 지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 없이 나를 부르네

 

어쩌나 어쩌나 귀를 기울여도

마음속의 님 떠날 줄 모르네

빈 바다로 달이 뜨네 아아

빈 산 위로 밤이 내리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 없이 나를 반기네

 

 


 

 

이제하 시인 / 넙치의 가을

 

 

가을이로다 가을이로다

생선처럼 뒤채며 일어서던 목숨이

어째 볼 수도 없는 허공에서 아으

쓰러지는 목숨이

나무마다 나붙어

닢닢이 토하는 핏줄기로다

그래도 못다한 숨결

바작바작 긁어대는 손톱 생채기로다

 

무엇을 바래 달음질했던

땅 끝에서 하늘 가에서

되돌아 아득아득

달려오는 세상에

 

아, 단풍이로다

어느 한 곰으로 머리 숙이고

눈물마저 못 뿌린 못난 마음이

쑥대밭으로 엉클리어 마구잡이

타오르는 불길이로다.

 

 


 

이제하(李祭夏) 시인

1937년 경남 밀양시 출생. 홍익대 조각과 서양학과 수학. 1958년 '현대문학'에 詩 데뷔. '신태양'에 소설 당선. 196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입선. 소설집 '草食 기차' 기선, 바다,하늘' '龍' 소설선집 '유자약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장편소설 '열망' '소녀유자' '진눈깨비 결혼',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 '빈들판' 1999년 명지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조각가이면서 소설가/시인/가수 등으로 활동. 2009 동리문학상. 1999 제9회 편운문학상. 1987 한국일보문학상. 1985 제9회 이상문학상 대상. 1955 제1회 학원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