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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윤선 시인 / 절벽수도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30.

김윤선 시인 / 절벽수도원

 

 

비둘기가 날았다

날개를 접은 건지

낮고 위태로운 비행

그러다, 한 뼘 더

날아올라

 

공중에 점을 찍듯

멈칫

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을 보다

가 앉는다, 맹렬한 날갯짓

고요해졌다

 

절벽을 오르던

흰 옷의 수도사들처럼

흰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아득히 먼, 저 끝

희미하게 빛나는 눈동자 하나

 

 


 

 

김윤선 시인 / 외씨버선

 

 

어느 겨울밤

고요와 슬픔을 오롯이 발끝에 세우고

오뚝한 콧날의 절개를 지키는 여인의

백자 빛 자존심이다

 

어둠을 꺼내어 놓은 붉은 심장이

뾰족한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외로움의

소요에 성긴 홰를 치는 외씨버선,

칼날 끝에서 비틀거린다

 

지그시 누르는 입술에는 가슴마디

잘린 통정의 나긋발림이 붉은 울음으로

떨려 나오며 갈피 갈피 발등을 타고

흐르는 눈물 새의 여윈 맥박소리다

 

먼 꿈속을 걷는 듯

설레는 발끝으로 날카로운 콧날에

육욕을 불태운 외로움의 단단한 부리로

붉은 꽃 잎을 쪼는 새의 눈물방울,

 

콧대 높은 외씨버선

이 겨울,

누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가

 

 


 

김윤선(金侖宣) 시인

서울 북아현동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졸업. 요가지도자. 2006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상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The Yoga Company 요가지도자 과정과 숀콘 빈야사 요가 워크샵 및 Intro to Meditation 시리즈를 마치고 요가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음. 시집 『절벽수도원』과 요가시집 『가만히 오래오래』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