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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영화의 향기 with CaFF] (174) 밥정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4.

[영화의 향기 with CaFF] (174) 밥정

그리운 어머니에게 바치는 한상차림

가톨릭평화신문 2022.08.14 발행 [1674호]

 

 

 

 

예수님께서 집에서 식탁에 앉게 되셨는데, 마침 많은 세리와 죄인도 와서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마태 9,10)

 

2020년 10월 개봉했던 ‘밥정’은 방랑 식객 임지호 셰프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연에서 식재료를 찾아 생명을 살리는 음식으로 승화시킨 요리를 선보였다. 그의 손을 거치면 모든 것은 요리의 재료가 된다. 청각, 백지, 잣솔방울, 장구팅, 망초대, 지칭개, 박나물대 같은 보통 사람은 잘 모르는 재료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연에서 찾은 식재료로 그들에게 맞는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고 정을 나눈다.

 

사실 그에게는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한다. 자신을 낳았지만, 얼굴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어머니와 자신을 마음으로 키워주셨지만,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음식 한번 공양하지 못 한 양어머니.

 

그래서 그런지 10년 전 지리산 자락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 한 할머니를 어머니 삼아 가끔 찾아가 음식을 해드리고, 말동무가 되어주면서 친어머니나 양어머니에게 해드리지 못한 아들의 정을 쌓아간다.

 

그렇게 마음을 나눠주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시자, 세 분의 어머니에게 아들로서 드릴 최고의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요리를 만들고, 대청마루 가득히 음식 접시를 채우고, 예를 갖추고 절을 하고, 남은 가족들과 음식을 나눈다.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같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과 함께 식사하게 될 때 그들은 이미 용서받은 이들이고, 예수님과 한 공동체에 속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의 옛말로 ‘식구’를 사용했다. 한 식탁에서 끼니를 같이하면서 정을 나누고 서로를 보살필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어간다는 것이다.

 

1인 가구, 혼밥, 혼술과 같은 나홀로 문화가 확산하는 요즘, 함께 음식을 먹고 정을 나누는 식사 공동체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시대적 변화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떨어져 살고 있더라도 가족과 친구들, 신앙 공동체의 인연을 더 이어가야 한다.

 

신앙생활의 중심에 있는 미사 안에서 우리는 같은 빵을 주님의 몸으로 먹고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일치를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하고, 식사와 친교의 자리를 통해 그 일치를 더 성장시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하느님과 나, 나와 이웃과의 관계를 살아간다. 지금 나와 함께 음식을 먹고 나누는 이들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이 친교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자. 따뜻한 마음으로 환대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내 어려움도 나누고, 서로가 화해하고, 용기를 북돋을 때 함께 그분의 부르심을 완성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