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시인 / 너도바람꽃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자꾸 덧나는 건
누군가 그 안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건드리지 않아도 아프다
김정수 시인 / 파묘
남의 선산에 누운 10년을 세상 밖으로 건져 올렸다. 살을 다 빼 먹은 뼈가 싯누렇다 목을 짓누르던 암도 사라지고 흙에 이빨 박은 몰락도 기억하고 미처 태우지 못한 문장을 강의 지느러미 곁에 방생하였다. 한동안, 햇빛을 달리니 동해였다. 손을 씻고 생선구이를 시켰다. 길의 속도로 젓가락을 매만지고 등 푸른 가슴을 열자 살을 다 내려놓은 뼈가 보였다. 나 여태, 아버지의 살을 발라 먹고 있었다.
김정수 시인 / 상봉
당뇨검사를 하려고 새끼손가락의 지문을 찔렀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김정수 시인 / 연두에 그린
늙은 플라타너스 발밑에서 어린나무가 제 어미의 시커먼 속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손바닥만 한 울음으로 생生의 바깥을 다 가렸다.
-시집 <홀연, 선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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