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자 시인 / 종과 남자
번지는 종소리 깊어진 소리에 녹이 슬었을까 고통에 절여진 소리들이 온다
남자의 목 쉰 소리 센바람에 맞서 견디느라 거칠어진 목소리 궁색한 시간이 보듬어 준 작은 위로
얼음 같은 거리에 서성대며 매섭게 생을 일구어내느라 상실한 시간이 더께로 내민 주름들
계절을 앓으며 시간에 쓸려 강철 어깨는 흐물해지고 투지는 뭉개져 햇살에 처연하다
남자여 아직 햇볕이 당신을 비추고 있다 안개처럼 뿌연 시절이라 해도 고삐는 여전히 당신 손에 있다
녹슨 목과 녹슨 어깨에도 빛이내린다
허무한 순간 다가오는 어둠처럼 선명해지는
당신 삶의 골격은 깜빡거리지 않는 애틋한 풍경으로 외롭게 단단해지는 녹 같은 것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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