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분 시인 / 슈퍼 웜
여기 위급환자 있어요 우리 별요, 마스크를 벗었는데도 숨을 잘 못 셔요 앰뷸런스는 언제나 도착할까요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네에 우리 은하 태양계 지구 번지예요 이웃에 달이 살지요 육십조 톤 사파이어가 우윳빛 은하수에 실려 두둥실 떠다니는 거 본 적 있으시죠 우리 별이에요 숨 막히게 아름답죠 삐딱하게 서서 발 흔드는 것 같아도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러데이션으로 건너지요 한 번도 바통을 떨어뜨린 적 없는 살뜰한 우리 별에는 없는 게 없어요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썸 바디 같아요 뭔 소용이랴 싶은 희토류가 요즘 시절을 만났지요 모든 존재 이유가 속속 드러나는 대명천지예요, 아 눈부셔요 눈이 멀 것 같아요 조도를 낮춰야 해요 과하단 말이에요 궤도를 이탈한 우리 별이 고열에 합병증까지 끙 무지막지 빙하가 녹고 있어요 북극곰은 어쩌죠 불어 난 바닷물에 사라지는 섬은요 냇가에 묻은 엄마 무덤 떠내려갈까 요란스럽게 우는 청개구리 꼴 났어요 바로 우리가요 토네이도 허리케인만으로도 까무러질 판인데 제트기류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패딩 없이도 거뜬히 겨울을 나는 남녘이 동파되었어요 더위라곤 모르던 북녘은 또 어떻고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폭염이 동토를 녹여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잠든 바이러스가 깨어나 먹이를 찾아다녀요
출발했소만 태양으로부터 일억오천만 킬로미터이니, 엠뷸런스는 그보다 더 멀리서 출발합니다 시간이 걸린단 말이오 그동안 인공호흡하시오
네네 배우긴 했는데 해본 적이, 사실 현대인의 손은 버튼에 익숙하죠 터치, 터치만 하면 기계가 다하거든요 열 하인 안 부럽죠 그러면 뭐 해요 기계는 똥을 너무 많이 싸요 이산화탄소요 가축 트림은 또 어떻고요 메탄 배출이 우주에서도 보인다네요 吟吟 포기가 힘들어요 정말 맛있거든요 기후 재앙 마지노선이 7년 남짓이라지만 속수무책이니 이참에 탄소 시계를 망가뜨릴까요
진실을 보기가 겁나오? 정직을 구부리면 해결이 될 것 같소? 편한 만큼 대가가 따르는 거 아니겠소? 울담에 기대선 자전거를 보시오, 아름답지 않소? 연료 없이 두 다리로 굴러가기 때문이오! 허벅지 힘 올라 좋고 공기 오염될 일 없는 인간 사용 황금률의 은유가 바로 자전거요! 할 수 있다고 다 하는 건 부리는 거란 말이오
앗 저는 다만 멋 부리는 걸 좋아하지만 제멋대로 하려던 건 아......
호모 사피엔스든 시스템이든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소, 보시오 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가 만든 군도 말이오 하와이군도 북쪽 수수만 리까지 떠밀려와 이합집산 중이오 수심 삼십 리 마리아나 해구는 또 어떻소 빛 한 오라기 들지 않아 안전했을 희귀생물에 붙여진 이름이 플라스티쿠스요 그것의 뱃속에서 pet 조각이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오 지상 어느 곳도 재난 무풍지대는 없다는 것이오
吟吟 빨대에 찔려 사경을 헤매던 천 년 사는 거북이 보고 반성했어요 늦었지만, 유리컵 사용하고요 吟 장바구니 들고 다녀요 또 뭐 했더라, 저 혹시 들어보셨나요? 꿀통에서 밀랍을 먹다가 플라스틱까지 먹어치우는 벌레요 꿀벌부채명나방요 제가 말했죠 우리 별에는 없는 게 없다니까요 그나저나 얼마나 많아야 가는 곳마다 산더미인 플라스틱을 다 먹어치울까요 서풍에 불려 나온 메뚜기떼라면야
앗 통신이, 끊긴 걸까 끊은 걸까
뭐지, 아청빛에 얼비치는 저 홀로그램은 吟吟 Selfishness 끙, 모국어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초상
네?
벌레가 인류의 희망이라고요
정재분 시인 / 나도 모르게 부르는 노래
언제 늑골 아래로 숨어든 걸까 긁힌 음반에서 튀는 소리 날숨 섞인 한 소절이 혀끝에서 맴돈다 손이 닿지 않는 등의 가려움 시처럼 산다는 멜로디를 읊조릴 때면 목소리가 잠겨서 음을 낮춰야 하지 몸의 오지를 돌아 나온 노래가 자각보다 먼저 도착하는 아침 오늘은 모질게 내일을 길들이느라 햇빛의 도착이 더디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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