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분임 시인 / 풍경에 닿다 -칠면초
갯골 폐염전이 남은 소금기를 내다파는 계절 귀들이 피었다 먼 바다 어미를 듣는 허기가 바글바글하다
손때 묻은 집이자 무덤일 원적지 쩍쩍 갈라진 틈으로 떠나지 못한 바닥 새초록한 기다림이 일어선다
어린 것들 재워 놓고 훌쩍 첫차에 오른 당신 아무 때나 젖 물던 기억에 입술을 가져가도 가슴을 더듬던 세월에 손을 흔들어도
돌아선 등허리 맞잡을 수 없는 비린내가 먼 수평선으로 불어날 때 늑골 속 차오르는 슬픔이 허연 소름으로 돋는다
그 새벽 비킨 시선으로 당신이 던진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 질문처럼 갯골을 휘도는 동안 격절의 시간은 시들 수 없어 구불구불하다
멈추지 못하는 그리움은 제풀에 꺾이거나 주저앉은 자세로도 하루를 견딜 표정을 만들고 꽃이 된다고 폐염전 파란만장 상처를 아득하게 듣는 저물녘
저녁놀로 공복을 채운 입들이 황홀한 근황인 듯 버려져 있다
-월간 『모던포엠』 2020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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