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호 시인 / 타지 않는 혀
울음, 누구에게는 노래의 처음이었던
그래서 그의 노래는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詩
그 다음에 슬픔 그리고 울음
나의 詩는
어쩐지 슬픔 앞에 있고 어찌해 울음 뒤에 있는지
누가 내 입안 가득 넣어준 한 줌의 씨앗
결국, 내 몸을 먹고 자라 타지 않을 혀
― 시집 『타지 않는 혀』(문학과지성사, 2021)
함성호 시인 / 뒤돌아보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된 사람들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ㅡ강가에 나와 앉아 귀 기울이면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서로 머리카락을 섞고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로 흐르고 있다
(뒤돌아보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된 사람들이 있다)
무슨 일인지ㅡ, 강에 손을 담그면 그 차가움이 귀를 열어 듣게 되는 물 밑을 흐르는 작은 말씀들 나를 일깨워주는 먼 옛날의 이야기
사랑했지만 그때는 몰랐던 아껴주고 싶었지만 왠지 잔인했던 미워했지만 이제 와서 그리움인 온갖 늦은 후회들이 새벽 강의 이내처럼 몰려오고 있다
(뒤돌아보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된 사람들이 있다)
무슨 일이었던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있었으면서도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들 그렇게 오래 서성였던 그 집이 흐르는 강물 아래로 잠기고 있다
이렇게 강가에 나와 앉으면 잊었던 날들과 잊을 수 없는 날들이 어두운 숲에서 걸어 나와 같이 앉아 흐르는 강물을 보며 또, 무슨 일이었던가?ㅡ서로 이야기 나누며
아침의 푸르름과 햇살의 반짝임과 저무는 어둠이 되어 눈물과 웃음이 되어 흐르는 노래가 되어 사라져간다
(뒤돌아보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강이 되어 흐른다 흐르는 강물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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