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 시인 / 베란다의 석란
수십 억 톤의 물을 먹고 내민 속살 0.1mm, 그것은 바다가 어둠을 깨물며 태양을 낳는 신음소리, 늘 푸른 초경이다 적송 가지 끝 숫매미의 발정에 암매미들의 젖가슴이 찢어지는 오후 꽃대를 열어 어두움을 향해 당겨진 등불 같은 하얀 꽃잎 하나 구워 놓는다 수상한 바람 몇 송이가 서성이는 암석에 버티고 앉아, 또 다른 신선한 음모를 꿈꾸며 신발 끈을 매는 그 억척에 일을 끝내고 저녁 대문을 들어서는 한 노동자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월간 『시』 2022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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