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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계원 시인 / 베란다의 석란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14.

정계원 시인 / 베란다의 석란

 

 

수십 억 톤의 물을 먹고 내민 속살

0.1mm, 그것은

바다가 어둠을 깨물며 태양을 낳는

신음소리,

늘 푸른 초경이다

적송 가지 끝 숫매미의 발정에

암매미들의 젖가슴이 찢어지는 오후

꽃대를 열어

어두움을 향해 당겨진 등불 같은

하얀 꽃잎 하나 구워 놓는다

수상한 바람 몇 송이가 서성이는

암석에 버티고 앉아, 또

다른 신선한 음모를 꿈꾸며

신발 끈을 매는 그 억척에

일을 끝내고 저녁 대문을 들어서는

한 노동자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월간 『시』 2022년 7월호 발표

 


 

정계원 시인

​가톨릭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과정> 수료. ​2007년 《시와세계》 시로 등단. 시집으로 『접시위에 여자』 『밀랍물고기』 『내 메일함에 너를 저장해』가 있음. 한국문학관협회 공로상, 제27회 영랑문학상 본상 수상. 현재 강릉문인협회사무국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