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 / 키스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키스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안개처럼 자욱한 키스 속에 서서 당신에게 빨려드는 나를 바라봅니다
당신의 입술이 내 몸 구석구석에 닿는 것 같아 도저히 견딜 수 있습니다
쏟아지는 입술은 꽃잎 끝 같고 물큰 달개비 겨드랑이에선 듯 비린내가 납니다
맑아라 아 맑아서 향기까지 스며 있는 달개비 잎 끝의 이슬처럼 키스가 아슬아슬합니다 키스는 자욱하고
상큼하고 뾰쪽한 가지를 동그랗게 만들고 방울방울 맺히고 몽글몽글 키스의 입자들이 공기 중에 떠돌고 있습니다 당신이 또
해 뿌리 같은 키스를 쏟아내어서 나는 후끈 용광로에 스친 듯 후줄근히 당신의 키스에 젖습니다
당신을 입자 당신만을 걸치고 새순처럼 명랑하자
키스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당신이 퍼부은 축복을 감당하기 좋아서 홀랑 젖은 꽃잎 같은 당신이 맺혀서 어떡하지요? 이렇게 꽃잎이 매워 당신 향기가 핏줄 속을 흐르면 그러나 참
저주처럼 당신이 함부로 퍼부어져서 피할 수 없고 당신이 쏟아낸 키스가 토롱토롱 공기 속을 떠돌아서 나를 감출 수가 없는데 당신의 키스가
마른 달개비 뿌리 같은 내 마음에 닿아 마구 살고 싶어지니 어떡하지요?
웹진 『문장』 202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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