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호 시인(서울) / 고래
뒤돌아보라 네가 헤엄친 혈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흘려버린 내 마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나는 길 위의 물고기
- 시집 『포유류의 사랑』에서
박장호 시인(서울) / 박쥐
더듬어보라 네가 이용한 날개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달아버린 내마음의 하늘을 추락하는 나는 암흑의 새
- 시집 『포유류의 사랑』에서
박장호 시인(서울) / 그네들의 확고한 시간 -구강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동체 13
그의 눈동자는 반짝이는 은반이다. 시계불알, 매우 근엄한 시계불알 리갈한 석상의 근육질 지팡이가 은반을 달고 태엽을 제어하는 진자
석상이 흥분하면 진자가 길어진다. 진자가 길어지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1열 종대의 조직원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은반을 핥는다. 그들은 석상의 발기 지속을 꿈꾼다.
은반에 비친 그들의 얼굴은 벽돌이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은반의 광채, 투명한 벽돌 돔
(기)- 피가 돌지 않으면 해로울 텐데요.(기)
똑똑 두드리면 멀리 출장 간다. 똑딱거리는 자신으로부터 똑딱똑딱 똑딱똑딱 그는 똑같은 소리만 한다.
- 한소리를 하는데 이렇게 말귀가 어두워서야....... 시간이 빨라지지 않도록 좀 더 핥아 놓도록......
녹색 깃발이 펄럭이는 뉴 빌리지 광장 위로 비행기가 뜬다.
그는 기체 안에서 손을 흔들고 석상은 입에 물린 지팡이를 흔든다.
똑딱똑딱, 매우 확고한 괘종의 시간이 흐른다. 똑딱똑딱, 매우 느리게 옛 시간이 흐른다.
계간 《시와세계≫ 201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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