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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자효 시인 / 역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31.

유자효 시인 / 역사

 

 

역사는 때로 비명을 지른다

아픔을 견디지 못해 울기도 한다

역사는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말리지도 않는다

잔혹을, 살육을

때로는 희생을, 사랑을

묵묵히 바라만 볼 뿐

그러나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사리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시퍼런 맨살을 드러낸 채

흐를 뿐이다

가고 있을 뿐이다

 

 


 

 

유자효 시인 / 어머니가 오셨다

 

 

아내와 다투고 돌아누워 자는 밤

어머니가 오셨다

“오해는 바로바로 풀거라

절대 가슴에 묻어두지 말아라”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

나는 돌아누워 아내를 안았다

잠결의 아내는 나의 품에 안겨들었다

 

마흔 여섯에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일흔이 다돼가는 백발의 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니

 

 


 

유자효 시인

1947년 부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과 졸업.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 1972년 《시조문학》에 시 〈혼례〉로 등단. 한국대표명시선100 『아버지의 힘』, 우리시대현대시조100인선 『데이트』, 유자효시선집 『성 수요일의 저녁』, 『떠남』, 『내 영혼은』, 『지금은 슬퍼할 때』, 『금지된 장난』, 『아쉬움에 대하여』, 『성자가 된 개』, 『여행의 끝』, 『전철을 타고 히말라야를 넘다』. 정지용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장. 2022년한국시인협회㈔ 제44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