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시인 / 검은 빵
허리를 숙여 마당의 돌을 하나 주웠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냥 들고 서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나를 때리며 위로하며 멀리 걸어왔지만 한 발짝도 내 가슴 밖으로 나가지 못했군요
녹음의 숲을 바라보니 한껏 사나워진 그늘 속으로 시베리아 벌판이 펼쳐지고 열차가 달려가고 화물칸에서도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들 얼어붙은 땅바닥에 무릎 꿇고 입 맞추는 사람들
며칠 만의 햇볕이 하도 좋아 나도 모르게 그만 내가 한 덩이 빵으로 구워졌으면, 생각합니다
움막 속의 검은 빵 감춘 눈물의, 응답 없는 기도의, 그 기도가 구원인 바보들의 빵
전동균 시인 /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을 불러도 약속이 어긋나도
산밭에 살얼음이 와 반짝입니다
첫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고욤나무의 고욤들은 떨어지고
일을 끝낸 뒤 저마다의 겨울을 품고 흩어졌다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연기들
빈손이어서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군요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왔고 저희는 저희 모습이 비치면 금이 가는 살얼음과도 같으니
이렇게 마른 입술로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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