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시인 / 초저녁 달
내게도 매달릴 수 있는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에는 이슬로 저녁에는 어디 갔다 돌아오는 바람처럼
그러나 때로는 나무가 있어서 빛나고 싶다
석양 속을 날아온 고추잠자리 한 쌍이 허공에서 교미를 하다가 나무에 내려앉듯이
불 속에 서 있는 듯하면서도 타지 않는 화로가의 농담(濃淡)으로 식어간다
내게도 그런 뜨겁지만 한적한 저녁이 있었으면 좋겠다
박형준 시인 / 우리가 아직 물방울 속에서 살던 때
이슬방울 속에 집 짓는 달
당신이 불며 웃는 모습 좋았죠
먼발치에서 꽃 피는 날 오거든
이슬방울 집 작은 방 불빛
당신의 입김에 흔들리며
아직 켜 있는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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