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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은주 시인 / 멍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9.

김은주 시인 / 멍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허겁지겁 바쁜 날들

 

한숨 돌려보니

팔에는 멍 자국

손끝에는 베인 상처

 

아픈 줄도 모르고

멍든 줄도 모르고

지나온 시간

 

보라색 꽃으로 새긴

'참 잘했어요'

도장 하나

 

 


 

 

김은주 시인 / 바람은 바람을 찾는다

 

 

보이지 않는

제 모습을 찾아보려고

잎사귀 뒤를 들춰보고

가지를 흔들어도 보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한바탕 뒤집어 놓기도 한다

 

어딘가 있을

감춰진 제 모습을

어지럽게 숨차게 찾아보는 것

 

나 역시 평생을 찾았지만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네

 

날개도 없이 날아온

바람맞이 언덕에서

오늘도 빙글빙글 나를 찾는다

 

 


 

김은주 시인

1980년 서울에서 출생.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희치희치>. 2014년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