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규 시인 / 첫눈 한 사나흘 보이지 않아 갔나 싶었는데 다시 돌아왔네?
불쑥 돌아오는 그 성질은 여전하네 너는 그게 탈이라니까
바람 끝이 차가운데 올 거면 시끄러움이라도 피해 오지 그랬어 어젯밤 내린 첫눈이라도 밟아가며
여전히 첫눈은 안간힘이겠지만 아무리 아닌척해도 너를 이길 재간이 없어 너에게 닿아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는데
사람의 뒤축 같은 여행지에 함부로 와 있는 기분이야 우리가 서로를 되도록 멀리 보내려했던 그날처럼
다가섬을 밀어 버린 골목과 구름을 덮은 회색의 열감들
한 때 나눠먹었던 군고구마와 붕어빵에서 이제는 새까맣게 탄 냄새가 나는 것처럼
네가 잠시 되돌아온 게 한창 겨울이 시작돼서 그렇다했지 그럼 잠깐 이리로 와 되돌아 갈 때 가더라도 몸은 좀 녹였다 가
빛 들거든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녹는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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