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서 시인 / 여섯 시 오 분
고개가 자꾸 저녁 시간 쪽으로 기운다 피사의 사탑을 내 속에 넣고 다니며 기운 쪽이 그림자가 깊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 벽에서 다리 하나 슬그머니 빼 삐딱하게 서 있으면 저녁이 천천히 온다
머리를 옆으로 누이면 한쪽으로 움푹 파인 생각이 깊어지고 고개를 반대로 돌리면 다리에서 피가 멈춘다
5도 기운 탑에서 수직을 본다 수직은 수평의 바닥에 누워볼 생각을 한 적 있을까 여섯 시 오 분은 시간의 방향이 자라는 쪽이다 갸우뚱한 고개를 매시간 받는 질문이라고 생각해 보면 두통은 수직에서 얼마나 명료한 답인가
한쪽 어깨보다 다른 쪽 어깨가 기울면 슬픔이 많다 통증의 기울기다
기운 쪽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여섯 시는 짧고 구부러진 시간은 길다
초침이 가는 속도만큼 생각은 자꾸 태어나고 죽는다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는 여섯 시 오 분이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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