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원 시인 / 짤막한 노래
정직하고 부드러운 빵 아름다운 푸른 곰팡이를 피워내는군 자신이 썩었음을 알려주는군
시집 <아직은 나도 모른다> 2005년 창비
박경원 시인 / 머리 감은 그녀
머리 감은 그녀 빈둥빈둥 뒹굴고 있는 내 곁에 와서 물기 남은 머리를 말리고 있구나 능숙한 손놀림 날렵하여 부지런한 일손이 드리는 기도 같구나 손가락 펼쳐 머리카락 털 때마다 흩어져 날아 떨어지는 물의 입자들 그녀가 가진 은총 그릇 내게 쏟아져 부서진 별가루로 뿌려지는 듯 내 얼굴과 목 언저리 선뜩선뜩한 데마다 그녀의 부끄러움 내게 옮아와 주근깨로 살아나는 것만 같구나 아, 한가하고 한가하고 대견한 시간 내 마음 저 아래에도 숨어 있는 작은 심장 콩콩 뛰는 그녀의 부끄러움 즐겁구나 내겐 기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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