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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경원 시인 / 짤막한 노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6.

박경원 시인 / 짤막한 노래

 

 

정직하고 부드러운 빵

아름다운 푸른 곰팡이를 피워내는군

자신이 썩었음을 알려주는군

 

시집 <아직은 나도 모른다> 2005년 창비

 

 


 

 

박경원 시인 / 머리 감은 그녀

 

 

머리 감은 그녀

빈둥빈둥 뒹굴고 있는 내 곁에 와서

물기 남은 머리를 말리고 있구나

능숙한 손놀림 날렵하여

부지런한 일손이 드리는 기도 같구나

손가락 펼쳐 머리카락 털 때마다

흩어져 날아 떨어지는 물의 입자들

그녀가 가진 은총 그릇 내게 쏟아져

부서진 별가루로 뿌려지는 듯

내 얼굴과 목 언저리 선뜩선뜩한 데마다

그녀의 부끄러움 내게 옮아와

주근깨로 살아나는 것만 같구나

아, 한가하고 한가하고 대견한 시간

내 마음 저 아래에도 숨어 있는

작은 심장 콩콩 뛰는 그녀의 부끄러움

즐겁구나 내겐 기쁨이구나

 

 


 

박경원 시인

1954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 1975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아직은 나도 모른다』(창비, 2005)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