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석 시인 / 실상사에는 극락조가 산다
산과 강, 바다가 빚어 낸 반도의 끝자락 내변산 국립공원에 가 보았는가 지금도 하늘의 말씀 한 획 한 획 받아 써 내리고 있는 직소폭포 오르다 보면 선인봉 그 아래 연꽃잎처럼 펼쳐놓은 천년도량 실상사지 터 있다 한국동란에 전쟁 빨리 끝내달라며 통째로 절을 다비해 버렸다는 가슴 아린 사연들이 깨어진 기왓장 사금파리로 나뒹구는 미륵전 앞에 극락에서만 산다는 극락조 여기가 바로 극락이라며 지나는 길손 꽃향기로 손짓하고 있다 이념의 푸르고 붉은 깃발들 모조리 불살라 재가 된 이 자리가 차라리 극락 아니냐며 극락조 저 혼자 피어 있다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역사 앞에
노희석 시인 / 빛나는 생각만이 빛나는 삶을 연출한다
안된다는 생각은 무거운 생각이다. 무거운 생각을 가지고 걸어가는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 발자국도 천근만근 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 발걸음이 가벼운 사람만이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듯이 생각의 짐은 깃털처럼 사뿐하고 가벼워야 한다. 우리는 무거운 생각의 짐은 벗어버려야 한다. 남들을 헐뜯어 내리기 위한 생각은 무거운 짐일 뿐이다. 남을 비난하고 모함하는생각은 짐일 뿐이다. 왜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짐 속에는 시기와 질투, 허위와 가식만이 남아 있다. 남을 위한 배려나 희생과 헌신은 날개를 단 것처럼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생각이 무거운 사람들을 멀리 한다. 그런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올수록 빛이 허물어져 내리기 때문이다. 어둠을 모일수록 어둡기를 더할 뿐이지만 빛은 모일수록 밝기를 더 한다. 생각는 가볍고 가벼워야 한다. 짐처럼 무거운 생각은 어둠의 유혹일 뿐이다. 생각은 어둠을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그림자를 밟고 다녀서도안 된다. 빛나는 생각만이 빛나는 삶을 연출해 준다.
-노희석 시인의 '생각을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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