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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혜수 시인 / 널닮은꽃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21.

이혜수 시인 / 널닮은꽃

 

 

너는 햇살 투망에도

걸리지 않는다

내 그리움의 연어 떼는

그걸 나는

널닮은꽃이라

이름 부른다

 

 


 

 

이혜수 시인 / 시간 칼날에 베이다

 

 

찰칵!

 

칼날에 순간이 베어진다

앞과 뒤로 갈라지는 시간의 갈피

 

쩍!

 

드러나는 속살 사이로

파르르 떨어지는 시간의 핏방울

 

찰라

영원의 문 닫는 숨소리

 

다시 내 육체와 정신의 틈이 메꿔진다

 

 


 

 

이혜수 시인 / 겨울 공화국

 

 

누가 나의 생각을 검열하는가?

어둠 속 쩌벅쩌벅

군홧발 소리

어둠이 온몸을 엄습해 온다

 

오늘도 강박증의 하루가 시작된다

파르르 속눈썹 떨려오고

100% 순도의 생각만에

볼온한 생각이 침투하지 않았는지

확인 또 확인한다

 

일거수일투족 삶의 그물 속에서

나는 부재하는 허깨비 몸짓을 한다

 

오늘도 혹한의 바람은 나의 생각을 검문하고

겨울 공화국은 안개만 자욱하다

 

 


 

 

이혜수 시인 / 연에 관한 명상

 

 

빈 하늘에 연을 날린다

 

제 마음 속에 떠 있는

꿈의 새를 하늘로 풀어 놓는다

 

애틋한 한순간

하늘 바다로 아늑히 멀어져가는 돛단배

생의 아지랑이여

 

 


 

이혜수 시인

전남 여수에서 출생. 본명 : 박세화. 대전 보건의료대학원 미술심리치료학과 석사졸업. 2012년 《시와 시학》 신인추천작품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자기 일찍 들어올거지』와 『널 닮은 꽃』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