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시인 / 희망 사육
버스 창밖 너머로 마주친 돼지 트럭 불안한 신음이 도로 따라 늘어질 때 출근길 안주머니에 숨 막히는 희망퇴직서
조금 더 나아가면 내 직장이 나오고 모퉁이 돌고 돌면 마침내 도살장이다 굽은 길 비틀거리며 길들여진 구두 뒷굽
알량한 퇴직 수당에 눈물은 필요 없다 유통기한 다 된 나를 마중 나온 동료들 사육지 돼지의 무리 나도 한때 한패였다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 중에서
박진형 시인 / 통桶
뒤숭숭한 울화통을 온몸 가득 채운다
업을 짓는 입을 닫고 휴지통은 묵언수행 중
자신을 온통 비운다 감당할 수 없을 때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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