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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진형 시인 / 희망 사육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27.

박진형 시인 / 희망 사육

 

 

버스 창밖 너머로 마주친 돼지 트럭

불안한 신음이 도로 따라 늘어질 때

출근길 안주머니에

숨 막히는 희망퇴직서

 

조금 더 나아가면 내 직장이 나오고

모퉁이 돌고 돌면 마침내 도살장이다

굽은 길 비틀거리며

길들여진 구두 뒷굽

 

알량한 퇴직 수당에 눈물은 필요 없다

유통기한 다 된 나를 마중 나온 동료들

사육지 돼지의 무리

나도 한때 한패였다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 중에서

 

 


 

 

박진형 시인 / 통桶

 

 

뒤숭숭한 울화통을 온몸 가득 채운다

 

업을 짓는 입을 닫고 휴지통은 묵언수행 중

 

자신을 온통 비운다

감당할 수 없을 때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  중에서

 

 


 

박진형 시인

전남 구례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학사, 불어불문학과 석사, 불어교육과 박사과정 수료. 1989년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소설 당선. 2016년 《시에》로 시부문 등단.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역임. 현재 용인문학회 편집위원, Volume 동인 회장, 시에문학회 부회장, 시란 동인. 시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