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식 시인(무안) / 호미
불구덩이에서 우려낸 굽은 몸이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남의 밭에 풀을 진종일 찍어대는 어머니의 손끝에 살고 있는 딱따구리다
두엄간에서 쉬는 날이면 두엄 썩어가는 냄새가 어떤 향수보다 더 정겹다
어머니 손 닮아 낮은 사람들을 안으로 안으며 세상을 캐고 있는 호미
조성식 시인(무안) / 핏빛 너울꽃
바람과 시간도 삼복더위 피하여 찾아든 백운산 어치계곡, 그늘이 먼저 목 좋은 곳, 자리 깔고 앉아 반긴다 물은 하얀 게거품을 물고 돌무덤들 같은 바위들을 옮겨보려 하지만, 흩어졌다 또 다시 일어섰다 쉼 없이 부딪치고 스러지면서도 먼 산골짜기, 한적한 한 귀퉁이에 눌러앉지 않고 섬진강을 향해 흘러가는 것은 핏빛 너울꽃으로 피어나 남해 까치놀 속 한 우주로 잦아들기 때문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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