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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성식 시인(무안) / 호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1.

조성식 시인(무안) / 호미

 

 

불구덩이에서

우려낸 굽은 몸이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남의 밭에 풀을 진종일 찍어대는

어머니의 손끝에 살고 있는 딱따구리다

 

두엄간에서 쉬는 날이면

두엄 썩어가는 냄새가

어떤 향수보다

더 정겹다

 

어머니 손 닮아

낮은 사람들을 안으로 안으며

세상을 캐고 있는 호미

 

 


 

 

조성식 시인(무안) / 핏빛 너울꽃

 

 

바람과 시간도 삼복더위 피하여 찾아든

백운산 어치계곡, 그늘이

먼저 목 좋은 곳, 자리 깔고 앉아 반긴다

물은 하얀 게거품을 물고

돌무덤들 같은 바위들을 옮겨보려 하지만,

흩어졌다 또 다시 일어섰다

쉼 없이 부딪치고 스러지면서도

먼 산골짜기, 한적한 한 귀퉁이에 눌러앉지 않고

섬진강을 향해 흘러가는 것은

핏빛 너울꽃으로 피어나

남해 까치놀 속 한 우주로 잦아들기 때문이리

 

 


 

조성식 시인(무안)

1961년 전남 무안 출생. <아시아서석문학> 시부문 신인상, 2017년 <시와문화>로  등단.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시마을낭송작가협회 회원. 시집「가련봉까지는 가야 한다」 조선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