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하 시인 / 안개꽃
흐트러진 여인의 머리칼 비 오는 날 축축한 거리를 닮았다 은색 보석함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우수로 가득찬 항아리 추억들이 살아 움직인다 마치 벌집이 깨져 쏟아져 나온 벌 떼처럼.
박영하 시인 / 아침인사
아침 산책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살갑게 인사하고 싶지만 대다수가 처음 보는 분들이라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거나 ‘안녕하세요’ 정도 하는데 동행하는 친구분은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하신다
둘이 하는 인사말에 사람들 반응이 좀 다르다
‘안녕하세요’라고 내가 인사하면 상대는 주로 ‘네’하고 간단히 답하고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하면 ‘감사합니다’로 답한다
두 가지 대답에서 느껴지는 무게나 느낌이 달라서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이유를 물으니
‘안녕하세요’는 그냥 형식적인 인사말로 ‘좋은 하루 되십시오’는 기도로 들려서 일거라 한다
듣고보니 맞는 말 같다 그냥 말과 기도의 차이 내일부터는 기도하듯 인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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