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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찬희 시인 / 칸나의 여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3.

최찬희 시인 / 칸나의 여름

 

 

도로를 이탈한 여름이 만발하고

흩어진 빨강조각 줄기에 떠다니고

증발된 칸나의 이파리 표정을 잃어간다

 

불꽃의 꼬리가 현기증으로 그려지는

지난밤 불었던 비바람 투명해지는

꽃송이 끝에 젖어 든 그늘 그믐달을 삼킨다

 

긁혀진 손목을 훔쳐간 입맥들

토해놓은 가시를 노을이 물고 가듯

커튼을 걷어가면서 오늘이 지나간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4월호 발표

 

 


 

 

최찬희 시인 / 한밤의 콜라주

 

 

구겨진 심장이 번식을 시작하고

불안한 안녕은 언제나 새로워라

박재된 불빛 속에서 가위를 꺼내볼까

 

얼굴에 그려진 어둠을 오려내고

구두가 벗겨진 맨발을 잘라내어

비워진 초승달처럼 거짓말을 채우지

 

신문에서 녹아내리는 고요를 꺼내고 있어

구체와 추상이 덕지덕지 남겨진

종이에 미친 듯 당신이 묻어나는 밤이야

 

-《시조시학》 2022, 겨울호

 

 


 

최찬희 시인

2022년 《시조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