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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명 시인(인천) / D-195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6.

이명 시인(인천) / D-195

 

 

 날씨는 추워지고 식량은 거의 남지 않았다.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동굴 밖을 나가보지 않았지 만, 매서운 바람은 귀로도 가늠할 수 있었다. 사람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수증기, 어린 아 이의 기침소리, 모든 게 희뿌옇게 보였다. 어쩌면 꿈일 수도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구조대는 오지 않을 거야, 너는 반쯤 누운 채 멍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딱히 네 말에 반박을 수 없었다. 눈이 내린다. 누군가 걱정스럽게 중얼댔고, 사람들은 작은 벌레처럼 꿈틀댔다. 조용히 네 손을 잡는다.

 

 


 

 

이명 시인(인천) / 에이프릴, 그대도 보았소?

 

 

 4월, 나는 길을 달린다. a3시, 라디오, 음악, 달만한 가로등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 고물 트럭, 5 단 기어를 넣으면 털털털, 낡았지만 견고한 흡사 경험 많은 선장의 웃음소리, 서해대교를 지난 다. 행담도, 행담도. 4월, 나는 길을 달린다. a3시, 나는 라디오를 듣는다. 태양이 뜨면 더욱 깊숙 한 서쪽으로, 서쪽으로, 더 끝이 없을 때까지, 행담도, 행담도, a6시, 엷은 불꽃이 층을 진다. 붉 은 고래가 춤을 춘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구름에 붙은 불꽃은, 금세 바닷물 위로 옮겨 붙는다. 나방처럼, 4월, a6시. 나는 간단히 뛰어든다. 더 빨리, 더 빨리, 아무도 없는 조수석에서 누군가 소리치면, 나는 5단 기어를 넣는다. 털털털,

 

 


 

 

이명 시인(인천) / 갑자기 시력이 좋아진 줄 알았어요

 

 

 안경을 잃어버렸는데 어쩌지? 소파에 앉아있던 너는 잘 찾아봐. 나는 서랍으로 가 안경을 찾는 다. 온갖 잡동사니, 나사, 양말, 지갑, 정수기 위도 찾아보고, 탁자 위도 찾아본다. 그런데 당신 뭐해? 저녁을 준비하다 말고, 네가 나를 보며 묻는다. 안경이 사라져서, 안경 찾잖아. 너는 황당 하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그럼 당신이 쓰고 있는 건 뭐야. 나는 낯익은 안경테를 만지며, 응?

 

 


 

이명 시인(인천)

1985년 인천에서 출생. 2008년 관동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ROTC 육군 중위 전역. 2008년 계간 《시와 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루's』(시와세계, 2010)가 있음. 현재 『시와 세계』 편집장. 지역 잡지사 및 신문사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