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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철수 시인 / 냉이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7.

문철수 시인 / 냉이

 

 

냉이 꽃 핀다

 

수직으로

대지를 뚫는 뿌리 속에

뚝심을

세우는 중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여간

고집스럽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려운 것

 

꽃을 피운다는 건

가슴에 질긴

심 하나 박는 일이다

 

 


 

 

문철수 시인 / 고추

 

 

허름한 모텔방을 베고 누워

뒤척거리다 씻고 나와 언양 언저리를

돌고 돌다 들어온 순댓국집

깍두기를 덜고 배추김치를 자르고

레시피 대로 추가 양념을 넣는다

국밥 한술 뜨고 고추 접시를 쳐다보는데

유독 고추 하나 신辛기 뿜고 있다

눈에 띄는 고녀석 집어 들고

된장 푹 찍어 절반을 뚝 끊는데

어째,마음 허리에 아련한 통증이 온다

양파를 베고 누운 고추 사이에서

유독 불거져 보였던 녀석

그렇게 타고났던 것인데

단지 눈에 띄는 겉모습 때문에

고집스런 천성 때문에 씹힌다

틀에 박힌 땅에서 자유스러움은

자유스러움은 처단의 대상이므로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기준이 있으므로

그 고추는 그 틀과 다르므로

라고 애써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문철수 시인 / 천남성

 

 

지독한 아름다움과

지독한 통증은

병렬될 수 없다

라는 명제는 틀렸다

붉다 못해 뜨거운 너

 

쓰러져도 결국

붉어지는 네 통증

알알이 채운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지독한 아름다움

 

 


 

 

문철수 시인 / 한 사람을 가져야 한다면

 

 

한 사람을 품으니

세상이 멀어지더라

한 사람을 내어놓으니

모든 사람이 들어오더라

 

그렇더라도 굳이 그

한 사람을 가져야 한다면

한 사람이 그대의

세상인지 돌아보라

 

 


 

문철수 시인

1960년 서울에서 출생. 경기대학교 법정대학을 졸업. 시집으로 『부드러운 과녁에 꽂힌 화살은 떨지 않는다』 『구름의 습관』 『바람의 말』이 있다. 충남 서천으로 귀농하여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과 작은도서관 '다온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서안시> 동인. 시공문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