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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시인 / 정박 새벽에 깨어 보니 밤늦게 밀려온 신발들이 현관에 정박해 있다 만선의 기쁨을 부린 신마다 비린내 자욱하다 저마다의 바다에서 벌인 힘겨운 조업으로 바닥 지문이 해지고 뒤꿈치가 가라앉아 있다 망망대해를 이겨내기엔 아득한 한 점의 쪽배 하루를 추스를 새도 없이 더 높은 파도와 막닥뜨릴 출항의 아침이 오나보다 닫혔던 항구마다 수런수런 뱃길이 열리고 있다 -다 하지 못한 지난 가을 이야기 _<이안> 시인 시화전
이안 시인 / 구석이 되고 싶은 믿는 도끼
나를 믿는다면 말리진 않을게 하지만 그전에 알아 둘 게 있어
네가 한 손으로 들기엔 난 너무 무거워 한쪽은 뭉뚝하고 다른 쪽은 잔뜩 날이 서 있지
딴생각을 하다간 쿵! 발등을 다칠지도 몰라
그런데도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난 할 수 없이 구석이 될 수밖에
네가 외로울 때 찾아와 서성거리다가 가기 좋은
네가 믿는 구석이 될 수밖에
이안 시인 / 금
금 간 시멘트 사이에서 노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처럼 노란 시는 마음이 금 간 곳에서 피어났다 금 간 곳에 달아 주는 노란 단추
이안 시인 / 은
나는 은이 좋아 은하수 은빛 은근 은은하다 고양이처럼, 은솔이 뒷자리가 가만가만 나는 좋아
이안 시인 / 도라지꽃의 올해도 하는 절망
올해는 정말 다른 모양으로 피고 싶었어 올해는 정말 다른 색깔로 피고 싶었어 올해는 정말 저만치 혼자서 피고 싶었어 올해는 정말 다른 꽃이 되고 싶었어
<동시> 이안 시인 / 사월 꽃말
엄마, 꽃집에서 적어 왔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이건 미선나무,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이건 꽃기린.
둘을 붙이면 모든 슬픔이 사라진 다음에도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엄마, 우리 이 말 기르자
<동시> 이안 시인 / 금붕어 길들이기
처음엔 풀 사이로 숨기 바빴지 한 번 주고 두 번 주고 며칠 지나니 이제는 살랑살랑 마중을 오네 밥 몇 번 주었을 뿐인데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 거야 길든다는 말 길들인다는 말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다는 거였어 둘 사이에 살랑사랑랑 길을 들인다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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