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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림 시인 / 뿌리
와타즈미 신사 뒤 뜰 차마, 뿌리를 묻지 못하는 늙은 소나무 언제부터인가 발생한 국경 아소 만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기나긴 세월, 일렁여온 잔물결도 역사의 내력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긴 목 내밀어 서쪽 바다 아소만을 향해 날개를 펼치고 있는 저 푸르른 촉수들 서로의 손을 내밀어 국경을 더듬는다 삼나무 빼곡히 들어찬 원시림을 헤치며 아직도 그늘에 둘러싸인 그들의 젖은 어깨를 다독여준다 뿌리를 내리지만 뿌리를 묻지 못하는 저 나무들 그들의 국적은 어디일까? 조선의 시린 발자국들이 모여든다.
황보림 시인 / 모뉴먼트벨리에서
모래알도 눈물에 적셔지면 바윗덩이가 된다는 것을 이곳, 사막에 와서 알았다 인디언 마을의 움막은 까칠한 사암층 벽에 하늘을 볼 수 있게 지어졌다 멀리서도 찾아오는 새를 바라볼 수 있게 구멍 숭숭 뚫린 움막에서 굳어지는 가슴팍 풀어냈을 모래벽이 아직 뜨겁다 미키부대에 쫓기고 쫓기던 그네들은 허연 모래밭도 황야로 달구어 놓았다 저들만의 상형문자로 새겨진 움막 터에서 날짐승이 날고 동물들의 울부짖음이 메아리친다 오랜 경직에서 벗어난 모래알들이 백의전사에 쫓기던 기억들을 털어내고 있다 흩어지던 모래알이 다시금 붉은 영혼을 감싸안는다 나바호 성지 사암층이 고딕처럼 성스러운 것은 인디언들의 뼛가루가 하늘을 받쳐 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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