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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시인(예산) / 집이 없는 집
불나서 집 다 태우고 다시 집을 짓고 어머니 아버지 새 집으로 들어가셨다 주방에서 화장실까지 한 걸음인 새 집에서 또 걱정이다 헛간 하나 없는 집이 무슨 사람 사는 집이냐고 옥상 위에 작은 비닐하우스 하나 지어 달랜다 땡땡 내리쬐는 햇살 쉬어가는 집 가을에서 새 봄까지 겨우내 숨 고르며 누워있을 서리콩에서 들깨까지 묵을 수 있는 집 한 채 바깥세상 내다보며 사나흘 밤새우며 거처할 이불 빨래까지 편히 쉬는 집 같은 집
조성식 시인(예산) / 아내의 꿈을 먹고 사는 남자
아내를 처음 만난건 읍내의 조그만 문학회 모임이었다 시를 쓴다는 스물 세살의 꽃 결혼해서 부모님 모시고 칠년동안 한편의 시를 쓰지 못한 아내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밥과 김 오르는 된장찌개의 숫자가 그동안 아내가 썼던 수백편의 시, 수십권의 시집이란 걸 이제 알았네 나는 아내의 꿈을 먹고 사는 남자 시인이라는 종재기 하나 들고 아내의 밥주걱으로 시를 퍼 담는 나는 아내의 꿈으로 잠을 자는 남자 아내의 퉁퉁 불은 손톱밑에서 시를 건지는 불쌍한 남자 한 무더기의 빨래를 돌리고 딸아이 머리끈 묶어주며 양말을 신기는 아내의 품속에서 시를 쓰는 남자 시라는 집에 함께 사는 아내는 나에게 시를 가르쳐준 등단하지 않은 무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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