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조성식 시인(예산) / 집이 없는 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25.

조성식 시인(예산) / 집이 없는 집

 

 

불나서 집 다 태우고

다시 집을 짓고

어머니 아버지 새 집으로 들어가셨다

주방에서 화장실까지 한 걸음인 새 집에서

또 걱정이다

헛간 하나 없는 집이

무슨 사람 사는 집이냐고

옥상 위에 작은 비닐하우스 하나 지어 달랜다

땡땡 내리쬐는 햇살 쉬어가는 집

가을에서 새 봄까지

겨우내 숨 고르며 누워있을

서리콩에서 들깨까지 묵을 수 있는 집 한 채

바깥세상 내다보며 사나흘

밤새우며 거처할 이불 빨래까지 편히 쉬는

집 같은 집

 

 


 

 

조성식 시인(예산) / 아내의 꿈을 먹고 사는 남자

 

 

아내를 처음 만난건

읍내의 조그만 문학회 모임이었다

시를 쓴다는 스물 세살의 꽃

결혼해서 부모님 모시고 칠년동안

한편의 시를 쓰지 못한 아내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밥과

김 오르는 된장찌개의 숫자가

그동안 아내가 썼던

수백편의 시, 수십권의 시집이란 걸

이제 알았네

나는 아내의 꿈을 먹고 사는 남자

시인이라는 종재기 하나 들고

아내의 밥주걱으로 시를 퍼 담는 나는

아내의 꿈으로 잠을 자는 남자

아내의 퉁퉁 불은 손톱밑에서

시를 건지는 불쌍한 남자

한 무더기의 빨래를 돌리고

딸아이 머리끈 묶어주며 양말을 신기는

아내의 품속에서 시를 쓰는 남자

시라는 집에 함께 사는 아내는

나에게 시를 가르쳐준

등단하지 않은

무명시인

 

 


 

조성식 시인(예산)

1967년 충남 예산 출생. 순천향대 국문학과 졸업. 199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비무장지대 동인. 현 예산농협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