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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숙 시인 / 오는 저녁은
휘휘 마른 가슴이다 점점 벌어지는 쌀집 괭이의 눈이다 초승달을 꺼내 집으로 가는 길을 덮는다 털퍽거리며 해진 신발을 끌고 오는 저녁은 버려진 빈 상자를 줍는 여자다 한 머리 가득 빈 상자를 이고 간다 그 여자의 검은 몸빼다 오는 저녁은 공사장에서 튀어오르는 불티다 초승달 곁에서 쪼그라든 별이다 축대 밑에 쌓여 웅성거리는 돌무데기다 침을 찌익 뱉으며 기름 배달을 가는 청년의 발밑으로 풀쩍 괭이가 뛰어오른다 이 놈의 괭이 이놈의 괭이 위협하며 초승달이 열어놓은 녹슨 철대문으로 사라지는 오는 저녁은 빈 상자를 가득 이고 가는 검은 몸빼다
이문숙 시인 / 그녀 새* : 그 남자 구름 아기 테오
그곳에 갔다 발은 날렵하고 쌩하게 그녀는 사진 속에서 씽긋하고 그는 흰 구름을 안고 비칠 앉으신다 손자는 자녀를 보려고 진통 중인 아내 곁에 있어 여기 없다 찔금 웃고 떠들어도 삶이란 잡역부는 자꾸 화환을 늘어놓고 편육덩이는 굳는다 어떤 나라에서는 새 요리를 먹을 때 Y자 모양의 뼈를 둘이 잡아당겨 긴 쪽을 가진 자가 행운을 가져간다 한다 국물 속에 빠진 혀는 붉고 두툼하다 지금 두둥두둥 오고 있는 아기가 긴 쪽을 가져간다 Y자 모양의 갈림길 그는 가고 그는 온다 췌장이라는 말을 발음하려는 혀처럼 초췌라는 말을 발음하려는 뾰죽한 이처럼 바랜 바지 올에 가느다랗게 드러난 발목 사진 속의 아내를 까맣게 지운 천백 살의 늙은 아기
*테오는 Theo, 한국 이름은 태호, theo-는 신과 하느님과 관련한다. *최정례 시집 '공중제비'에서 *Gustav Klimt, Tre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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