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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미경 시인 / 방향을 틀다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3.

박미경 시인 / 방향을 틀다

 

 

구불구불 휘어진 길이었다

겹겹의 후회를 쏟아내느라

역겨운 밤이 길었다

 

검은 줄이 꿈틀댄다

꼴리는대로 살아지지 않았던 어제가

꺾인 창자를 통과하며 신음소리를 낸다

힘을 빼라는 호통에

숨겨야 할 속사정 속속들이 들키며

태아처럼 웅크리고 공포를 견딘다

 

직진할 수 없었던 배배 꼬인 세상

방향을 틀어본 자들의 자조 섞인 농담일까

순대를 죽으로 채우면 힘을 못 쓴다며

작업복 차림의 남자들이

오거리 순댓국집으로 사라진다

 

홀로 남아 죽을 먹는다

순대를 채운다는 말 잘못 삼켰는지

휘어진 길이 부글거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7월호 발표

 

 


 

박미경 시인

2017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 시집 『동천의 낯선 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