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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 시인 / 어느 날 경經을 듣다
노래하는 건지 바람 부르는 건지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로 경읊는 건지 경이 되는 건지 하늘을 밀며 끌며 부부가 간다 반나절 씨름하며 올라왔음직한 성남동 날망 온 생애를 부려온 듯한 리어카를 세우고 땀으로 얼굴을 씻어내는 부부 날망 아래부터 힘들게 따라온 어스름이 육교 부근까지 노을 끌어 모으면 목쉰 확성기를 환하게 펼친다 파 마늘 부추 시금치 열무 천천히 시들어 더욱 빛나는 깨달음들 귀담아 드는 이 흥정하는 이 드문 육교 밑, 따뜻한 법어를 흩뿌린다 들숨 날숨 힘겨운 고갯길 담지 못해 흩어지는 법어 사이로 서역 어딘가 행장 꾸린 노승이 비탈산 넘어 어둑어둑 걸어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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