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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리상훈 시인 / Tuning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3.

리상훈 시인 / Tuning

 

 

내 짧은 기억만으로도

저 건반을 만질 수도 있구나!

  

눈 감고 귀만 일으키는 새벽

 

바닥을 때리는 소리에 귀청이

얼얼하지만

나는 두 눈 질끈 감고,

흔들거리는 몸을 겨우 저

운율에 맞출 때,

 

더욱 격렬해지는 폭우.!

 

저 비의 악랄한 소리에 이를 악물고

내가 주무르고 주물러

이 굵고 투박 한 손가락으로

연주해 보는 새벽

 

속을 긁는 빗줄기의 사선은 찰현으로

내 온 몸에 생채기를 새기기도 하는데

바닥을 두드리는 작은 북소리는

내 온몸을 튕기고

 

통, 통, 거리는 방울들이

모이고 모여서 공중에서

둥근 공으로 뭉쳐 큰 북소리로

내 뒷목을 간질이기도 하는데  

 

내 몸은 근사한 운율에 맞춰,

점점 가라앉고

오묘한 바닥에 드러누워 겨우,

눈 떠보니 표면에 어리는 햇살,

눈이 부시구나 !

 

나, 이제 온전한 빗속에 잠겨 있구나

참 다행이다 !

 

 


 

리상훈(李相勳) 시인

1968년 부산에서 출생. 1997년 월간 《열린시》로 작품 활동 시작. 부산시인협회, 우리시진흥회 회원. 현재 <일구구일>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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