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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상훈 시인 / Tuning
내 짧은 기억만으로도 저 건반을 만질 수도 있구나!
눈 감고 귀만 일으키는 새벽
바닥을 때리는 소리에 귀청이 얼얼하지만 나는 두 눈 질끈 감고, 흔들거리는 몸을 겨우 저 운율에 맞출 때,
더욱 격렬해지는 폭우.!
저 비의 악랄한 소리에 이를 악물고 내가 주무르고 주물러 이 굵고 투박 한 손가락으로 연주해 보는 새벽
속을 긁는 빗줄기의 사선은 찰현으로 내 온 몸에 생채기를 새기기도 하는데 바닥을 두드리는 작은 북소리는 내 온몸을 튕기고
통, 통, 거리는 방울들이 모이고 모여서 공중에서 둥근 공으로 뭉쳐 큰 북소리로 내 뒷목을 간질이기도 하는데
내 몸은 근사한 운율에 맞춰, 점점 가라앉고 오묘한 바닥에 드러누워 겨우, 눈 떠보니 표면에 어리는 햇살, 눈이 부시구나 !
나, 이제 온전한 빗속에 잠겨 있구나 참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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