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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한 시인 / 그림이라고 말하는 그 표정
녹슬고 때 묵은 색들이 가고 있는 중이다 깊은 혼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각의 틀을 그어본다 어떤 것도 잡지 않은 손이 춤추는 손이 된다
춤사위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동안 그때마다 제 몸이 투명체가 된다는 것을 춤꾼은 알고 있어 깊게 생각에 빠질 때 인식하지 못하는 표정의 투명성 그 거리의 시간과정이 투명체이지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 물끄러미 서서 표정역할을 떠올리는 연극배우가 한동안 머문다 카메라에 찍히는 일이 부업이고, 사진을 찍는 것은 표정수집이겠지 얼룩진 문을 그릴 것인가 문 안쪽의 사연을 그릴 것인가 고심은 오십대 단역배우의 수집과정이지 가난한 무대를 껴안기 위해 충무로에서 땀을 닦는다. 어둡기 전 골목을 걷는 게 어울린다고, 그 주변에 흡수되는 특별함이라 하는 검정에 표정을 그린 자 검정에서 주황을 얻은 자 검정의주황을 힘껏 움켜쥔 자
누런 풀의 바람결 따라, 나는 주변 곳곳에 놓인 대본의 갈피가 앞뒤로 팔락거린다, 나는 힘겹게 사랑하던 것들을 보듯이 대본을 넘기며 풀잎들을 찾는다 열려 하거나 열리지 않는 것이다 문이 열리지 않아도 그 주변은 열려 있으므로 그 문을 열린 것이라고 하자 위아래좌우에 묵은 때와 녹슨 천연색과 같이 때론 그림보다 더 잘 그린 시간들을 풀어놓는다 빛의 쪼글쪼글한 광량보다는 눈비바람이 잠근 곳 그 옆에 그 표정들, 비스듬히 세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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