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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순애 시인 / 산책 외 9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17.
신순애 시인 / 산책

신순애 시인 / 산책

 

 

동녘의 산뜻한

떠오름의 풍정(風情)을

놓칠세라

어둠을 비집고

집을 나선다

 

일출이 타오르며

솟아오른 순간

생동의 포물선에

돛을 올린다

 

도시 속에 푸른 산허리엔

그래도 실컷 마실

상큼한 새벽안개는

남아 있다

 

 


 

 

신순애 시인 / 녹두꽃

 

 

녹두꽃은 동학의 깃발이다

둥근 열매 노란 꽃이 피는 녹두

영양가 높고 향미 좋은 녹두묵

빈대떡 녹두죽 먹으며 할머님이

들려주던 녹두장군 이야기

 

뜰에는 북풍만 몰아치는 황톳길

빈들엔 바람 스산한데 산 넘고

골짜기 건너 오늘밤 어디서 쉴까

발자국마다 그림자 내린 찬 서리

땅도 하늘도 서러워 통곡하네.

 

알곡식 간 곳 없는 상처자국

이강은 어이 건너가서 저기

저산 또 어이 넘어가야 하리

또 어디서 이런 추위를 지낼까

하늘은 굽어보고 땅은 들어 보소

 

풍년에 찾던 참새 떼 날지 않고

말뚝 박아 들쥐도 사라진 들판

이런 수탈 횡포 어찌된 말이오

무슨 죄 많아 날 지켜주던 산천

맷돌에 하얀 눈물 흐르는 텃밭

 

녹두 꽃은 녹두밭에 피지 않고

수탈을 일삼던 조병갑 고부군수

이런 부패공직자는 사라졌을까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지만

천심이 인심이 될때까지 바꾸자.

 

 


 

 

신순애 시인 / 복주머니꽃

 

 

빨강 모본단으로

곱게 빚은 복주머니

구중궁궐 공주님의

허리에 찬 노리갠가

가득히 꼭꼭 채운 복

오래도록 머물거라.

 

오복을 생각하며

주머니로 환생하여

예금 통장 없는 집에

나들이를 가려는 듯

땡그렁 동전 소리가

산기슭을 흔드네.

 

한 때는 신행길에

간수하던 예물인데

새색씨들 기억에서

밀려 난지 오래여라

바위 틈 풀밭에 모여

옛이야기 꽃피우네.

 

 


 

 

신순애 시인 / 멍석딸기

 

 

잡풀에 가리워도

진분홍 입술마다

가넷트 진홍 보석

다닥다닥 영글어

알알이 박힌 여인의 희망

새길 여는 풍금 소리.

첫사랑 홍살문이

굳건한 기둥으로

우뚝 솟은 성벽인가

절해의 누각인가

외로움 하늘에 닿아

홀로 타는 촛불이다

 

 


 

 

신순애 시인 / 깽깽이풀

 

 

빗방울 떨어져도

따르르 굴러간다

 

눈물을 모른다고

서러움이 없을소냐

 

홀가분

엷은 치맛자락

차례차례 벗을 뿐

 

 


 

 

신순애 시인 / 아리랑 춤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들의 맥박이다

 

암울한 세파에도

잦아질 수 없는 불꽃

 

강렬한 생명의 환희

어깨춤이 절로 난다

 

 


 

 

신순애 시인 / 부채춤

 

 

부채 살 주름마다

서려있는 흥취련가

가슴 속 한의 굴곡

마음껏 쏟아놓고

빙그르 지평이 도네

너와 나 같이 도네

 

합죽선 살짝 펼쳐

살며시 모두우는

신나는 발 놀음에

무아의 경지여라

바람 틀 수평이 도네

하늘 땅 함께 도네

 

 


 

 

신순애 시인 / 태평무

 

 

모란꽃 벙그는 뜰

바람개비 나래 나래

 

승전고 울리는 북

태평문 활짝 열고

 

온 천하 누리는 희열

쌍무지개 뜨는 궁궐

 

 


 

 

신순애 시인 / 살풀이춤

 

 

황량한 비탈 위에

버선 코 날리면서

끊어질듯 이어지는

영가의 울림이여

긴 수건 애잔한 선율

강이 되네 산이 되네

 

회한의 삶 달래보는

춤사위 가락이다

서러움 희석시켜

평온한 길 잠재우는

구음의 시나위 음향

구름 되네 바람 되네

 

 


 

 

신순애 시인 / 처용무

 

 

오인방 얼굴 가린

탈춤의 궁중무여

 

흰 한삼 뿌려가며

절도 있는 춤사위여

 

오방색 청 홍 황 흑 백

겁을 주는 힘찬 동작

 

 


 

신순애 시인

전북 군산 출생. 아호: 蘭亭. 군산여상졸업. 방송통신대. 홍대미술교육원 유화 수료. 전 한국상업은행 군산지점 근무.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여류시조문학회 부회장. 한국아동문학회 운영위원. 한국불교문학 편집위원장. 한맥문학회. 전쟁문학회. 동백문학회 이사. 시조집 <노을에 타던 강> <향촌의 목가> 동요집 <조롱박>. 통일문학상. 한국문예협회 문학상. 함맥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