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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아 시인 / 생략된 미학
바람이 눌러앉은 돌담을 필사하면 긴 음절 마디마다 열어둔 창이 있다 안과 밖 발걸음들이 낮게낮게 넘나든
모나고 둥글둥글한 다름을 끌어안고 귀천 없는 자리매김 어울려 함께 간다 틈새로 오고 가는 말 아낌없이 보듬는
비바람 걸러 가며 피워 올린 민무늬 군더더기 다 지우니 조화미 돋보인다 발돋움 수더분한 배경 벽이 아닌 길이다
-《좋은시조》 2023. 가을호
최성아 시인 / 단풍나비
자꾸만 달아난다 바람 등에 올라타서
잡아봐 놀려대는 알록달록 단풍나비
길 가던 아기 발밑에 포위됐다 꼼짝 마!
최성아 시인 / 둥근 것을 향하여
향나무 어린잎은 바늘을 달고 산다 발톱을 치켜세운 고양이 보법으로 아래위 어깨를 겯는 성장통을 읽는 날
감싸듯 부드럽게 내밀지 못했었지 아우른 품속으로 녹색향 흐르는데 가시를 비워내던 길 얼비치는 그림자
할퀴는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내달리던 끝내 다듬지 못한 모서리 꺼내 들면 저만치 비손의 걸음 종소리가 둥글다
-《나래시조》 2022. 여름호
최성아 시인 / 딱풀
싸우다 떨어진 맘 널 빌려 붙여볼까
우리 사이 좋은사이 딱 맞게 붙여 볼까
친구랑 미술시간에 눈 마주쳐 웃는다
최성아 시인 / 갇혀있듯 숨어있듯
물 폭탄에 가슴 앓는 산책로 걷다보면 슬며시 신발 속에 모래알이 자리 잡아 발걸음 딛을 때마다 찔러대는 가시다
아닌 척 숨기기엔 갈 길이 한참인데 그 자리 멈추어서 뒤집으면 끝날 일을 또 무슨 눈치를 보다 언제까지 절뚝일까
제 안의 진실들을 꾹꾹 눌러 외면해도 구두 속에 갇혀있듯 발바닥에 숨어있듯 사초는 밀실을 나와 광장으로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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