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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성아 시인 / 생략된 미학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20.
최성아 시인 / 생략된 미학

최성아 시인 / 생략된 미학

 

 

바람이 눌러앉은 돌담을 필사하면

긴 음절 마디마다 열어둔 창이 있다

안과 밖 발걸음들이 낮게낮게 넘나든

 

모나고 둥글둥글한 다름을 끌어안고

귀천 없는 자리매김 어울려 함께 간다

틈새로 오고 가는 말 아낌없이 보듬는

 

비바람 걸러 가며 피워 올린 민무늬

군더더기 다 지우니 조화미 돋보인다

발돋움 수더분한 배경

벽이 아닌 길이다

 

-《좋은시조》 2023. 가을호

 

 


 

 

최성아 시인 / 단풍나비

 

 

자꾸만 달아난다

바람 등에 올라타서

 

잡아봐 놀려대는

알록달록 단풍나비

 

길 가던 아기

발밑에 포위됐다 꼼짝 마!

 

 


 

 

최성아 시인 / 둥근 것을 향하여

 

 

향나무 어린잎은 바늘을 달고 산다

발톱을 치켜세운 고양이 보법으로

아래위 어깨를 겯는 성장통을 읽는 날

 

감싸듯 부드럽게 내밀지 못했었지

아우른 품속으로 녹색향 흐르는데

가시를 비워내던 길 얼비치는 그림자

 

할퀴는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내달리던

끝내 다듬지 못한 모서리 꺼내 들면

저만치 비손의 걸음 종소리가 둥글다

 

-《나래시조》 2022. 여름호

 

 


 

 

최성아 시인 / 딱풀

 

 

싸우다 떨어진 맘

널 빌려 붙여볼까

 

우리 사이 좋은사이

딱 맞게 붙여 볼까

 

친구랑 미술시간에

눈 마주쳐 웃는다

 

 


 

 

최성아 시인 / 갇혀있듯 숨어있듯

 

 

물 폭탄에 가슴 앓는 산책로 걷다보면

슬며시 신발 속에 모래알이 자리 잡아

발걸음 딛을 때마다 찔러대는 가시다

 

아닌 척 숨기기엔 갈 길이 한참인데

그 자리 멈추어서 뒤집으면 끝날 일을

또 무슨 눈치를 보다

언제까지 절뚝일까

 

제 안의 진실들을 꾹꾹 눌러 외면해도

구두 속에 갇혀있듯 발바닥에 숨어있듯

사초는 밀실을 나와

광장으로 내달린다.

 

 


 

최성아 시인

경남 창원 출생. 본명: 최필남. 부산교육대학교 졸업. 2004년 <시조월드> 신인상으로 등단. 시조집 『부침개 한 판 뒤집듯』 『달콤한 역설』 『내 안에 오리 있다』 『아리랑 DNA』. 동시조집 『학교에 온 강낭콩』. 시선집 『옆자리 보고서』. 부산시조작품상(5회) 수상 등. 현재 부산 금강초등학교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