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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자미 시인 / 삼겹 저고리
왜 오동보라야?
모본단 안감은 얇아야 하는 거라 힘은 싱이 잡아 주는 거제 시침해서 창구녕으로 빼믄 팔이 넷인 거라 참 딱한 노릇이었제 넷은 둘이고 들이 하난거제 시작이 서투믄 울기만 하는 거라 편치 몬하믄 대려도 대려도 주름지는 거라 앗! 따거버라 바늘도 연장인지라 피 맛에 길드는 갑다 시대가 변해도 등솔기는 진솔로 박아야 하는 거라 그래야 진동이 따라 곧아지는 거제 자로 잰드키 썩뚝 마르믄 손톱여물 써는 거라 가위밥 주고 도련따라 섶코를 슬쩍 들 줄도 알아야제
근데 왜 오동보라냐구요?
으메 이 가시내 무녀리네
-제15회 시안 신인상 수상 작품
권자미 시인 / 밴댕이
자네, 우리 마누라 강경 젓갈관광 간 얘기 들어 볼 텐가? "우리 어머님들 밖에 모처럼 나왔으니 자식걱정 영감걱정 싸악 잊어 뿔고 신나게 재미지게 몸 좀 푸이소 근데요 지킬게 하나 있는데 고것만 지켜 주이소." 뽕짝은 즐겁고 사이사이 당부는 불법이라 오히려 아슬아슬하고 서너 순배 돌아간 술잔은 흥겨웠다네. 그러나 이제 나이가 연세인지라 기력이 딸렸던 모양일세. 깜빡 졸다가 눈 떠보니 집 앞이라 "세워 주소 세워 주이소 기사양반." 급한 김에 고함부터 질렀는데 뒤에서 누가 "젓 통요! 젓 통! 저 아줌니 젓 통 놓고 가네." 하더라는군. 젓 통 두 개 양손에 받아들고 허둥지둥 내리려는데 "으메, 그 젓 내 젓이여 자기 젓도 모르고 남의 젓을 들고 가면 워쩐디야." 새우 눈하고 옥신각신 했다는군. 자네 어떤가 날도 꿀꿀하고 목도 컬컬한데 밴댕이 석박지에 막걸리 한 잔 할텐가?
-시집 『지독한 초록』 (애지, 2012)
권자미 시인 / 수상그르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눈치가 다르더니
시시껍적 농 거는 바람과 애첩처럼 회창거리는 만첩홍매화 그 낌새 남다르더니 응달 춘설도 본처같이 버티는데
보셔요 대책 없는 화냥년 발칙한 짓거리
노련한 바람사내 그 빠알간 새살에 입김 닿았을 때 알몸에 손 밀어 넣었을 때
아! 삽시간에 부풀어 탱탱해지는 붉은 유두, 유두, 유두.
애지중지 온몸은 성감대 한껏 물 올라 까무룩 자지러지는데
권자미 시인 / 빈집
쳐다보고 있으면 따스한 집이 있다
찌그러진 냄비라든가, 신발짝, 옷가지, 참치깡통, 냉장고, 헌 가구라든가, 책, 우산 그 밖 자질구레한 세간들 숟가락 하나 버리고 간 것이라곤 없어
세 살다 간 집은 다 그렇다
단촐히 떠나고 당그랗게 남은 자리 무사한가 기별은 하겠지 젊은 제비부부와 분주하게 부등깃질하던 그의 식솔들
그렇다면, 당신 기어이 돌아올 사람이겠지 ‘외출 중’ 메모지 쓸쓸한 쪽으로 붙이고 비워둘 것이다 조금 더 비워둘 것이다
권자미 시인 / 봄, 잔디, 아스팔트
누군가 가장자리에 바늘 꽂고 있다 비 와도 녹슬지 않는 귀 없는 연두 바늘. 양끝 팽팽히 당겨 잡고 올려 꽂는 정곡 놀라운 힘! 어느 분의 손끝이 저토록 여물까 검은 피륙 다림질도 반듯하다
-시집 <지독한 초록> 에서
권자미 시인 / 청계천 금치기
청계천 지나다가 시집을 샀다 백석 이상 칼지브란 김수영 황지우 한 묶음에 3,000원이다
며칠 면도를 잊은 늙수그레한 헌책방 주인 거스름돈 거슬러 주며 이건 종이값도 아녀 했다
책 속에 바짝 마른 냉이 꽃 세 송이 꽂혀있다
헌책에 압화壓化부록으로 끼울 리도 없고 (종이 값이 아니라면) 詩값 제하고 고요하고 쓸쓸하게 드러난 꽃값 도대체 얼마란 소린가
시인의 말에 꽃 눈물 번져있다
-시집 『지독한 초록』 에서
권자미 시인 / 괜찮아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은 괜찮지 않다는 말이에요 세상에 괜찮은 게 있던가요 세상에 괜찮은 건 없어요 우리는 괜찮지 않을 때 놀란 얼굴로, 괜찮아? 묻곤 하지요 괜찮지 않아도 아프지나 말자고 떠나는 당신 등에 대고 나는 말해요, 괜찮아요 나를 향해서도 말해요, 괜찮아 괜찮아요 그런줄 알지만 다 알지만 왼쪽 귀를 대봐요 당신도 괜찮지요 하면서도 괜찮지 않았으면 해요
ㅡ시집 『지독한 초록』 (애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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