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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시인 / 혼자 보는 바닷가
누구나 바다를 사랑한다 누구나 바위를 좋아한다 누구나 볼 수 있고 혼자만 가질 수 있는 바다라면 더 행복할 것이다
시인이 많았다(정승호)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선상카페의 커피 향기 삐그덕 거리며 올라갔던 나무계단의 산길
바다는 젊은 날의 초상이다 나도 오늘 만큼 혼자 보는 바다가 가지고 싶다
낡은 벤치가 있는 파도 소리 부서져 바위가 춤을 출 수 있는 바닷가
꼭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문풍지 찢어진 방안에서 그 사이로 들어오는 별빛을 보며 너랑 바다 파도 소리 듣고 싶다
한사람만 생각할 수 있는 바다는 나의 사랑이다
류경희 시인 / 가을 앓이
애쓰며 그리워도 말고 아파가며 사랑도 하지 말며 웃으며 태연한 척 이별도 하지말자 잊지 않을거란 인사는 새빨간 거짓말 눈물의 대화 다른 사랑이 생기면 분명 잊을걸 가을 빛 처럼 마음이 곱디고운 물결로 춤을 추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노래 부르지만 외로움은 감출 수 없는 감기 같은 거 햇살 한 줌 가슴으로 파고들면 누구나 외로울가 싶은 가을 앓이를한다
류경희 시인 / 한 조각 마음 받고 싶습니다
몽땅 주시는 마음 말구요 아주 작은 천 조각 같은 마음이면 저는 족합니다
진실한 사랑 정말 아끼는 마음 퀼트의 한 조각만한 사랑이지만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받다 보면 언젠가는 몽땅 받을 날이 오겠지요
망설이지 마세요 당신의 그 마음 중에 아주 작은 일부 한 조각만 떼어 주시면 됩니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그립다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지와 함께라면 더 행복 할 것입니다 저는 이미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류경희 시인 / 을왕리에서
선녀바위가 석양에 물들어 새악시 볼처럼 붉어가는 을왕리
하늘엔 별빛이 쏟아지고 바다엔 별빛보다 더 반짝이는 폭죽이 빛을 발하고
열정이 출렁이는 파도에 밀려와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밤바다
치마 끝자락에 젖어드는 포말에 몸을 맡기고 푸른 하늘처럼 빛나야 할 나를 건져 올리고 있다.
-<군포신문 제783호 2018년12월 24일~12월 31일 게재>
류경희 시인 /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무명 시인이다
세상의 고독은 다 내것일까 슬픈 시를 쓰며 마시지도 못 하는 술의 힘을 빌어 애타는 마음을 미친듯 자판기를 두두리고 앉아 있는 나는 무명시인이다
나의 사랑 나의 고독인 눈물은 빗물이 되고 눈발이 되어도 쓰고 싶은 글 가슴에서 토해 내지 못해 얼굴에 뾰루지 되고 곪아 터지니 나는 못난 무명시인이다
불면의 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고 꿈길에서라도 사랑을 이루고 싶은 참으로 못난 무명시인이다
사랑 달고쓴 맛을 마시지도 토해 내지도 못하면서 외로운 사랑의 길 마다하지 않고 터벅터벅 걷는 나는 누가 보면 못난 무명시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림이 전부인 줄 아는 나는 무명 시인이다
그대가 나의 이름을 한 번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무명 시인이다
류경희 시인 / 폐사지
사라진 절로 풍경 소리 들으러간다. 사라진 절로 목탁소리 들으러간다. 사라진 절로 경전 읽으러간다 사라진 절에서 공양주는 밥을 짓고 다비식 연기는 피어오른다.
목백일홍은 연못으로 지고
자려고 누운 보살의 손위에 작은 손이 겹쳐지고 보살은 보이지 않는 아이를 재우고 잠이 든다
사라진 절에 종소리 들으러간다 천년을 흐르는 냇물 소리 기왓장 몇 개로 남은 절 백 개 승려 천명 천 번의 가을
류경희 시인 /슬픈 가슴을 안고 사는 시인
사랑도 슬프고 그리움도 슬퍼요 외로운은 춥구요 고독을 즐기는 가슴은 따뜻해요 슬픈 가슴으로 살아가지만 삶까지 슬프게 보지 말아 주세요
시인은 늘 아파야 하는 가슴을 안고 살아야 사랑의 詩 그림도록 애절한 詩를 가슴으로 토해 써 내려 가는가봐요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 멋지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 섹시 하지도 않지만 고운 글은 은은하게 피어 나는 노을 빛 처럼 가슴으로 파고 들어가는 질리지 않는 향기로 남고 싶어요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멋진 빛으로 당신 가슴에 포근히 새겨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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