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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시인 / 그런 거야
산등성이 온통 솔바람 가득하고
낮게 핀 꽃무리 이 계절 견디지만
내 걸어온 길이 너무 아파 자꾸만 걸음이 무너져 내린다
한 사람을 위한 깊은 다정도 스치는 바람처럼 부질없는 것임을
봉선화 꽃잎 지니 나.... 알 것만 같다.
최은진 시인 / 노을
순한 삶의 길을 원하진 않았다. 그리 굽은 길을 원하지도 않았다
사랑할 수 있다면 그리워할 수 있다면 저 이정표처럼 혼자여도 나는 좋았다
믿고 싶었다. 바람이 이 날을 거두어가도 나는 너의 가슴을 믿고 싶었다
부질없는 이 생에 한 포기 풀처럼 너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시 사랑이고 싶다. 우리 두 가슴이 만나 따스한 저 노을로 서 있고 싶다
쓸쓸한 날에 하늘이 저물어도 나는 너의 바다를 지키는 하나의 풍경이 되고 싶다.
최은진 시인 / 루드베키아를 보며
나의 텃밭에도 계절이 피고진다 앞서지도 뒤돌아서지도 않는 그저 따스한 그 곳
나도 한송이 꽃처럼 바람을 맞고 싶다 내게 온 모든 샘의 이별을 흘려 보내고 싶다
이제 마지막인가? 어지러운 꽃의 슬픔... 어쩌면 나였을 너.... 노란 눈물의 다정이 아프다
최은진 시인 / 비 내린 후
비 오는 뜨락에 팔월은 곱고 꽃잔디 나지막한 울집 울타리가 차분하네
푸른구름은 어디로 가고 잿빛 하늘 쓸쓸한 질경이만 한창일까
어제의 개울은 차고도 넘치는데 걸어도 그 가는 곳은 아직도 아득하니
비바람에 접시꽃은 이미 저물어 촉촉한 8월의 꽃들은 내 맘 하나 모른다네
최은진 시인 / 그랬음 좋겠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도 그랬음 좋겠어
봄이면 꽃피고 가을이면 꽃 지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듯
우리 인연도 바람에 꽃가루 젖듯 그대에게 흐르는 내 마음도 어쩌면 가벼운 몸짓이었음 좋겠어
어느 하나 쉬이 피는꽃 없듯이 수많은 가슴 도닥임이 있어야 꽃 한 송이 피어날 수 있음을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도 힘겨운 그리움을 견뎌낸 그런 꽃이었음 좋겠어
최은진 시인 / 우문
그대도 나처럼 외로운지 그대도 나처럼 쓸쓸한지 비오는 가을 앞에 무심히 물어본다 산다는 게 채워도 부족한 구멍 난 상처 같아서 그 아픔 채우려 안간힘 쓰는 허무한 내 몸짓이 아프다 묻고 또 고개 숙인 내 마음이 그렇듯 가을은 그대에게 외로운지 묻는다 하염없이 내리는 이 비가 아파서 홀연히 가방 들고 바람처럼 떠나가도 언제나 서서 가슴 내려 두는 곳은 너 아니 없는 모든 것의 가득한 공간이다 갈대 서걱이는 가을이 울어 그 곁에 서 있는 나도 잠시 울어 그대도 나처럼 쓸쓸한지 그대도 나처럼 외로운지 사랑 떠난 가을 앞에 가만히 물어본다
최은진 시인 / 7월의 어느 밤
내게 오는 그 계절에 그대가 온다 흐릿한 먹구름 아래 스미는 저 바람처럼 내게로 온다 때로는 지워도 별처럼 피고 때로는 잊어도 어둠처럼 찾아오는 그대라는 계절은 언제나 슬픔으로 내게 온다 줄 것 없어 애달픈 내 가난한 마음도 여름날의 잠깐의 소나기였을까 그리 멀리 갈 줄 알았는데 그리 오래 함께일 줄 알았는데 사랑은 늘 다음으로 가고 이제는 오지 않을 그대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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