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임후성 시인 / 오늘의 비전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12. 5.
임후성 시인 / 오늘의 비전

임후성 시인 / 오늘의 비전

 

그것은 자신을 열고 닫는 것입니다, 선생님

그는 빛이 지나갈 때 절반이 어두워지는 전시관 유리문을 가리켰다

오늘의 봄은 내일과 다릅니다

모두가 소홀히 여기는 점입니다. 선생님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원래대로 숨이 끊어진다

내가 그 안에 있을 때 전시관은 중의적이다

나방 파리가 허공을 지납니다. 선생님

나방 파리 덕분에 허공이 동질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방 파리는 분명히 살아 있지만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시 나타난 그가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는 분명히, 다음에 딱히, 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냥 있죠, 여기서 느슨하게 날 뿐입니다, 그저 그런 결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요

전시관은 퍽석한 굴뚝이 달린 화장터를 개량했고 지어지는 동안 그 사실을 세련했다

완전히 개방하고 끝없이 노출할 것

자연 주광을 허용하고 정오에 고휘도 렁프를 가까운 곳에 둘 것

한 번 사용한 감각은 버리고 비의 장신구를 쏟아 타원들이 일렁이는 대리석 분수를 덮을 것

그는 지시하고 메모한다

전시실 나무에서 잎 하나를 건드리자 유선형의 빛이 분출한다

낮의 연기

이제 빚은 어디로 가면 좋아

봄은 모두 종이로 제작된 역작입니다

하나하나 지정된 채색으로 바탕을 가렸습니다

선생님, 드물게는 손상된 부분이 더 멋진 것 같습니다

그는 불안한 것을 긍정하기 위해 내게 열중하는 것 같다

어제 있었던 얘기 해드렸습니까?

전시관 지하실은 스태프 온리입니다

이야기들 따라 들어간 곳은 사층 높이의 깊이까지 시멘트 계단이다

맨 끝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알루미늄 문이 하나 박혀 있다

신입 스태프가 안에 든 것들을 꺼내고 철수 공간을 미리 마련해 두려고 했습니다

꺼낸 것을 다시 넣으려다가 문제가 생긴 겁니다

공간이 바뀌어 안 들어가지는 게 남았습니다

내가 장시 문 앞에 혼자 있을 때 덩이 진 질감 하나가 다가와 나를 안고 등에 얼굴을 댄다

이쪽을 보며 메모하는 모습으로 그가 저쪽에서 나타난다

문을 열어 줘

밖은 쉽게 찢어지고 말아

뭔가에 움푹 찍힌 알루미늄 문에 비친 것을 나는 본다

지하를 따라 흐르던 빛이 빨려 들어가 말라버린 자국 같다

나는 알아들었다

 

 


 

 

임후성 시인 / 두 명

 

엔진 소리는 그들의 것

차량은 정지해 있다

문이 옆으로 밀리는 방식의 밤이다

나는 이 동네 사람이다

그러나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척 다른 동네로 가려던 길이다

듣지 않을 수 없는 작은 소리로 그들이 나를 불렀다

어쩌면 질문이 오갈 수 있다

대등하게, 장소나 방향에 대해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의 집에 대해, 내가 약자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지 대해

그들은 한 명은 크고 한 명은 작다

그러니 내가 그들에게 뭘 물을 수 있겠는가?

나는 다른 동네 사람 하나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 그들은 다음 계획을 드러낸다

그들은 역광이다

그것이 내게 나쁜 영감을 준다

그들에 의해 나는 결코 다른 동네에서 오지 않은 사람이다

여기서 태어났습니까?

좋아요,

그 상태로 한 명은 서 있고 한 명은 다가온다

 

 


 

 

임후성 시인 / 몽블랑

 

몽블랑은 희고 큰 것이다

이렇게 큰 것이 살아 있기는 할까?

이렇게 흰 것에는 정면도 많겠지?

나는 연어의 일부나 푸른 콩 같은 것을 아침으로 먹고 싶은 적이 없다

식욕의 무의식은 웅장하고 틈을 보아 주체를 삼키고 만다

몽블랑은 어금니만으로 쌓인 것

눈은 내리지 않고 이미 엄청난 눈이 있다

품 안에 얼음이 가득한 곳의 여름

라 클루자 식당은 간판에 두 개의 산이 겹쳐 있고

뒷면은 볼 수 없다

트렁크가 달린 멋진 오토바이를 이 년 넘게 주차된 차 앞에 세워둔

사람도 몇 달 동안 찾아낼 수 없다

몽블랑 아래에서 이층 창문을 열고 나는 밖에다 머리를 내놓는다

들꽃을 꺾어 온 흑인 남자가 꽃을 대충 놔두고 창가 햇볕에 손을 말린다

맑은 무의미가 반복된다

그래본 적이 없다면 한 번, 육체를 영원하게 여겨주기 바란다

그것의 개연(蓋然)에 동의하고 진심으로 곁에 있어 주기 바란다

대답하지 않는 실체야말로 사람들이 몽블랑이라 불러준 것

몽블랑은 귀가 멍한 질량이다

꼴 데 아하비로 불리는 마을은 주민들 일부가 젖소로 변했고

아침마다 흰 젖을 삼키던 청년들은

도시로 떠나

작은 규칙들을 배우다가

방학이나 휴가에 이곳으로 돌아온다

몽블랑은 그 중 몇을 품에 안아 죽인다

몽블랑은 세 나라에 걸치고 아홉 나라를 내려다본다

개연의 말단,

나라야말로 최근에 생긴 것이다

​​

* 몽블랑Monblant.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3년 봄호 발표

 

 


 

임후성 시인

1968년 전남 진도 출생. 세종대 일반대학원 예술학 석사. 2021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극단 피오르 연극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