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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고은 시인 / 마음 우표로 부치는 편지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12. 8.
박고은 시인 / 마음 우표로 부치는 편지

박고은 시인 / 마음 우표로 부치는 편지

ㅡ소중한 사람에게

 

 

만남과 헤어짐은 인생의 순리라지만

미세한 미쿨론 단위의 행복에 만족해하는

우리 마음에는 조물주도 감히 적용치 못하겠지요.

 

어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이런 말을 했다지요

"단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죽도록 사랑하자"라고 ...

 

휘영청 둥글게 뜬 달과 별이 푸르게 시린 밤

눈물 나게 보고픈 그대와 둘이 앉아

뜨거운 커피 앞에 두고

유치하게 낙서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한이 없을 성 싶습니다.

 

죽을 고비를 용케 넘어 맞잡은 그대

가슴에 담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모든 신께 감사 드리는 마음으로

늘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뜨겁게 사랑하고 그 후에 타다 남는 거라곤

시커먼 재밖에 없다지만 그 재라도 묻어두리라던

어느 시인의 간절한 마음을 공감하면서

잊혀진 계절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진정 노력해야겠습니다.

 

언제나 푸르고 깊은 대양 같은 사랑,

늘 감싸주고 위로해주고 아껴주는 마음

우린 우리인데 대해 감사하고

서로를 배려, 생각해주는 마음이

모든 생각 전체의 구십구점구인 것으로

생각하며 지냈으면 바램입니다.

 

그리움이 밀물처럼 젖어오는 이런 밤

세상은 죽은 듯이 고요하지만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왜일까요.

내 안에 그대의 포근한 마음이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젠간 꼭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니고서

정말 그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있기에

이제는 조용한 안식을 청해보려 합니다.

 

변함없이 떠오를 내일 아침 태양 아래에서

그대의 힘찬 모습을 그리며 이 밤도 굿 나잇!

 

 


 

 

박고은 시인 / 귀소의 새

 

 

그렇게 가고 말면 그뿐

차라리 눈감아야 했던 마음의 강

눈에 익은 빛, 귀에 젖은 그 소리

모든 것을 흘려보낸 빈 둥지

 

목마름이 흠뻑 젖는 영혼의 자리

청춘의 가지에 앉아 고운 음률,

귓속말로 잠기던 작은 새는

떠나간 길손의 기억 따라

끝없이 맴도는 뽀얀 미망

 

밤이면 밤마다 꿈에 들어

살갑던 발자국 고민 오솔길에

마음과 마음은 주저앉아

은빛 그리움을 피우는데

 

가슴 밑바닥 휘휘 감겨오는

붉게 물든 하늘 한 자락

매듭진 마음이 굽이굽이 풀리면,

하얀 날개에 봄을 몰고 와

꿈의 숲으로 오색단장하리라

 

-백수문학 82호 2018 봄호

 

 


 

 

박고은 시인 /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은

가슴에

담아놓기만 하여도

꽃으로 피어 아름답습니다.

 

한점

별빛과 같이

한줌

맑은 햇살같이....

 

여기 한 사람 오직 한 곳을 향해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어찌하랴

먼길 마다하지 않는 발걸음....

 

이름만 불러도 좋은 사람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사랑한다 고백할 때 뜨거운 가슴이 되고

올컥한 마음이 파도 되어 출렁이게 하는 사람,

보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꽃 속에 피어나는 그 얼굴....

 

그리움 한 벌 입어도 기다림이 달고

가시옷을 입고도 통증에 벗지 못하는 것같이

이렇듯,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워하고 좋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늘 생각 끝과 말 끝에 꼭 떠 올라

켜켜이 두르고 또 두르는 눈먼

사랑아!

 

 


 

 

박고은 시인 / 농부

 

 

'농자천하지대본' 가슴에 위안 삼고

한 세상 소중한 건 그저 흙인 줄로만 알아

꼭두새벽부터 황소처럼 등골에 피땀 맺힌 채

허리 펼 날이 없네.

 

가꾼 만큼 돌려주는 소박한 꿈 안고서

정성으로 뿌리고 거두어도흉년이 되면 모자라 울고

풍년은 저가격으로 울고 시대에 밟히고 찢길 때면

막걸리 한 잔으로 울분을 토해보지만

 

황금 들판에 엎드려 익은 낟알을 헬 양이면

어느새 욕심 없이 웃고 마는 순박한 농부의 얼굴

 

가을걷이 논 모퉁이에 서서 잘려나가는 벼베기를

허수아비같이 바라보는 시인의 한 치 가슴으로는

한평생 묵묵히 외길로 걷는 깊고 넉넉한 농심을

익히 다 못 헬레라.

 

 


 

 

박고은 시인 / 그대를 만나면 좋아지는 이유

 

 

나 그대를 만나면 좋아지는 이유는

초원의 수풀처럼

내 마음에 물이 들고

그 푸른 물은 바다인 양

백가지의 빛깔로 빛나기 때문입니다

 

또 그대와의 만남으로 좋아지는 건

등나무 덩쿨 뻗어가듯

내 인식도 한 없이

뻗어 내릴 듯한 예감을 주고

 

빗물에 성큼성큼 크는 나무처럼

내 영혼이 쑥쑥 자라나

우주의 망망대해를

능히 헤엄칠 수 있는

밝고 큰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 그대를 바라보노라면

열나흘 만월처럼

여린 감성 가슴 가득히

벅찬 느낌이 드는 까닭에

온 마음 다해 그대를 따르고

좋아하는 것입니다

 

 


 

 

박고은 시인 / 몸 젖는 사람 1

 

 

하마

얄밉도록 보고픈 사랑하!

우리가 줄곧 가진 건

지칠 줄 모르는 눈빛 하나

오늘밤만큼은 둘이서만

미치도록 행복해보자

 

붉은 꽃잎을 감싸는 봄바람처럼

피 뱉듯 붉게 타는 저녁놀처럼

서로를 속 품에 감추어

기도와 사랑으로 고이 안고

다숩게만 지내온 세월

 

魂혼이 화닥 화닥 불이 달아

꽃술이 하얀 숨결을

뜨겁게 토해내는 사랑

바위가 피 돌아 솟구치듯

몸살 진저리칠 열정의 사랑

 

온 삭신의 결결마다

후끈 끓어 오르는

가슴이 후미 젖도록 빨아올릴

기찬 사랑 한 번 해보자

순결한 가슴 속에 피 휘감도는

몸 젖는 사랑 한 번 해보자

 

 


 

 

박고은 시인 / 몸 젖는 사랑 2

 

 

비로소

사랑과 믿음으로 겹친

당신과 나의 두 입술

파르르 포개진 입술은

피나도록 부벼대는 일 뿐

 

굳이 서로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되지

깊은 애정만이

그대로 마음일 뿐

달콤한 밀어는 필요없지

 

가슴이 숨차도록 껴안은

당신의 홍당무 얼굴이

기쁨의 꽃이 되어

 

싱그러운 살결의 향기로

황홀한 포옹의 행복감을

다 말하고 있는 걸

 

빨려들듯한 그윽한 눈길로

사랑해!사랑해!

온몸으로 고백하고 있는 걸

당신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박고은 시인

동국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호: 매향. 《문학세계》등단.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세계문인협회 회원. 백수문학회 회원. 시집 『그대를 만나면 좋아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