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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철 시인 / 산유화
1 만약,
이름을 밝히지 말고 이 시인 노릇 하라면
이 1교수 1잡지 시대에, 이 1시인 1잡지 시대에,
시 한 편에 10만원, 7만원, 5만원, 혹은 3만원……
아니라면,
요즘의 대부분의 시인, 잡지들이 그러하다듯이,
만약 원고료조차 없다면, 없었다면,
아, 내가 이 시인 노릇을 이토록 지겹도록 계속해왔을 것인가? 쉰, 여덟의 이 나이에사 이제서야 겨우, 깨닫게 되는구나! 나는, 특히 우리는, 우리라는 존재들은, 저 보살이란 존재가, 보디사트바(Bodhisattva)란 존재가, 시인이란 존재가 결코 될 수 없을 뿐인
모순의 존재들이었을 뿐임을.
(나리, 나리, 메나리토리……)
아아, 잘도 나 꽃 피어났어요, 나 꽃 피어났어요 하며 잘도 빵긋빵긋 웃어가며, 사진 찍혀가며, 우리 스스로를 사진 찍어가며 (이름 불러가며) 살아온 것이로구나.
아아아,
나,
나나나 나, 나,
나여, 나여, 나여, 불쌍한 나의 이 한때 그 유명해지고도 싶었던, 꽃 꽃, 그 꽃, 이 꽃일 뿐인 저 아상의 세월들이여.
2 서울에서 안성, 안성으로, 아냐, 서울에서 용인으로 다시, 용인에서 안성으로, 아냐 다시, 안성에서 서울로 1년 사이에 세 번씩이나 이사를 해버리고 말았구나.
꽃도 좋고 산도 좋고 다 좋긴 하다, 만(卍), 아냐, 꽃이고 나발(一꽃)이고 당나발이고 간에, 내가 상갓집의 개꼴이 다 되어버리고, 만, 것만큼은
갈데없이, 엄연한, 사실인 듯하도다.
박남철 시인 / 이사를 하고
용달차에 책상 두개 책장 두개 그리고 컴을 대충 꾸려 먼저 실어보내고 서산 위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을 눈부시게 눈부시게 바라보며 눈시울을 훔쳐내며 엑셀을 밟고 또 밟았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우선 잠이 왔었습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 우선 보쌈을 시켜 먹었습니다. 그리고 천근만근민 몸을 달래며 컴퓨터 책상부터 우선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천근만근인 몸을 우선 달래며 컴퓨터 책상부터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이제 시작인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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