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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은 시인 / 가마우지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기후현 세키시 오제의 나가라강을 건널 때였다 그는 목에 줄을 달고 물고기를 잡으러 날아다녔다 뱃전에 도착하면 삼키지 못한 은어를 토해내고 다시 날아갔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내가 귀를 잃고 반거충이가 되어 도시를 떠돌 때였다 그는 목줄을 매달고 가죽가방에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다녔다 고깃집 연기와 향수 냄새를 섞어 풍겼다
봄날의 강가에서 그를 다시 만난 건 내가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때였다 그는 몸에 가죽끈이 둘러 매져 있었다 머리와 옆구리엔 흰 점이 늘어 있었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추측하는 이유는 강둑에 버려진 날개 때문이었다
기) ‘뛰어들면 생존이 되고 뛰어들지 못하면 수치가 된다’ 기)
안내판 밑에 그는 날개 한 잎을 남겼다 은어는 물보라만을 남기고 강으로 돌아갔다
질질 끌고 다니던 불한당 같은 밤이 이제야 다 지나갔다 -계간 『시결』 2024년 가을호 발표
황주은 시인 / 풍차로 살기
이런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매주 화요일 새들의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 것
소파 옆에 찾아든 노을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는 것
죽은 나무가 꽃과 잎을 피울 때 관찰일지는 쓰지 않는 것 시인의 편지로 배를 접어 새벽을 향해 띄워 보내는 것
순수와 평행으로 걷던 당신이 나를 거쳐 기쁨의 샘물이 되는 것
먼 곳의 목소리로 커다란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온 당신이라는 바람을 하늘로 힘껏 밀어내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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