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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훈 시인 / 꽃무늬 휴지
비 오는 날 잎사귀에 쓴 구름은 나무였고 나무는 얇고 하얀 꽃이 되었어요 음각으로 새긴 꽃무늬 심지어 휴지에서 꽃향기도 나요 두루마리로 감아져 있는 공원 벤치 얼음이 다시 얼 것 같은 테이크 아웃 눈물을 닦으면 그대 목소리에서 숨바꼭질이 보일까요 스며들기 좋은 건 여전한 밤 한 칸 한 칸 뜯어서 날리면 꽃잎처럼 흩날리겠죠 바람에 날리는 꽃무늬 휴지 고개를 돌려보면 지천에 꽃이네요 쓰러지면 그 자리가 꽃밭 우리 이제 어디선가 뚝 끊어져도 달력을 뜯듯 넘길 수 있잖아요 뜯어 먹기 좋은 빵처럼 뜯어내기 좋은 하루
-시집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걷는사람, 2018
현택훈 시인 / 다시 수목원에서
한 시절 지나고 다시 찾은 수목원 키 큰 나무 잎사귀가 넓다 손가락만 한 송장벌레가 낮잠을 잔다 나무 뒤로 몇 걸음 걸어가니 달팽이가 아기 주먹만 하다 구름이 내려와 버섯이 된 그곳에 당신 발자국이 보여 내 발을 그 위에 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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