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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시인 / 부메랑
나에게는 수천 개의 입이 우글거린다
파프리카, 파프리카 소리를 내며 초승달이 돌고 있다 나는 아프리카, 아프리카라고 말하고 5분 후에 코끼리를 쓰러뜨렸다고 뻔뻔스럽게 세 번을 외친다 사람들은 나의 입에서 독초가 자란다는 사실을 모른다
열린 입은 자꾸 커지고 부드럽고 달콤한 것만 삼킨다 입안은 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구름은 바람을 따라 진화한다 사라지기를 바랄 뿐 말꼬리를 흐리고 딴 곳을 쳐다본다 거짓 문장을 읽을 때 마다 코를 만지고 눈은 커지고 눈동자는 흔들린다
건조한 눈썹에서 포유류의 웃음이 들린다 가식과 가학의 유래가 폴라니족*으로부터 나왔다는 가설을 되풀이한다 기역 기역 기역을 수천 번 발설할수록 베이킹파우더를 넣은 듯 입만 부풀어 오른다 입술에서 피가 난다 칼날의 단어로 증명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는 나를 넘어뜨린다
* 입술을 바늘로 찌르고 찔러서 문신을 새기는 부족
김창훈 시인 / 도미노 게임
1 뻣뻣한 손가락이 부리에 닿는다 라스베이거스가 무너진다 화려한 불빛을 따라 독수리가 잭팟을 꿈꾼다 그림자를 따라 신음이 신념으로 변한다 날아가는 생각은 바닥으로부터 생긴다 날개를 불신하는 발톱으로부터 다 잡은 먹이가 빠져나간다 독수리의 눈이 닫혔다 열린다 꼬리는 가장 나중에 흔들린다
2 도시는 정전을 예견한다 쓰러져 있든지 서 있든지 인공위성은 윗부분만 본다 건물을 무너뜨리는 포크레인이 재개발의 시작을 알린다 창틀에서 과거의 시간이 지워지고 동네 아이들의 낙서가 사라진다 숨바꼭질은 한물간 게임, 벽이 벽을 밀어낸다 벽에서 신음 소리가 난다 1+1이 0으로 수렴하는 함수, 골목이 전단지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난다 전선이 바닥에 떨어진다 감전의 오후, 번개가 친다
3 총구가 사라지자 총알은 실명한 눈동자처럼 멈춰있다 발이 부서진 벽돌에 걸려 중심을 잃는다 총알은 표적을 낮아지게 한다 바닥으로부터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 착륙을 허락하기 위해 풀들이 자리를 옮긴다 공간이 공간을 점령하고, 덮어쓰기를 시도하는 프로그램에서 현수막의 문자는 전체를 증명하지 못하고 새로운 과녁을 위해 부풀어 있다
4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 정해진 길에서 유턴을 하다가 압정을 밟는다 통증을 느끼고 피동형의 문장을 읽는다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날개가 낮아진다 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대각선의 방향은 왼쪽과 오른쪽보다 불확실하다 대형 크레인이 평면도를 따라 직육면체를 세운다 우리는 게임을 위해 잠깐 물러날 뿐
5 마지막을 채운 일기장이 찢어진다 게임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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