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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시인 / 꽃무릇
다음 생엔 꽃무릇으로 태어나리라 외딴 산기슭도 좋으니 무릎 높이로 자라 당신의 걸음걸음 잡아채리라 나를 보지 않는 당신 눈 돌리면 우르르 지천으로 피어나고 눈감으면 시뻘건 목소리로 부르리라
가을밤 달빛도 없어 그냥 지나칠 땐 축축하게 말해 보리라 바람처럼 꽃대만 건드려도 나는 발 아래까지 달아오르리
내 푸른 잎 같은 당신 내가 하늘 향해 누운 것은 당신이 하늘이기 때문 당신을 보지 못환다 해도 다다음 생엔 또 꽃무릇으로 피어나리라
-시집 <브라질에 내린 눈>
김완수 시인 / 풀뿌리 평화
집을 나서기만 하면 험한 세상이었는지 대문 밖 골목에 난 잡풀과의 싸움은 소요를 진압해 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도로 아미타불 같은 질서 유지라 하지만 추석 무렵 반가운 혈육이 온다기에 진압용 무기를 들어 잡풀들 또 뽑았다
밤새 시푸른 모의謀議로 독기 질끈 품고서 무성한 힘만 믿고 연좌 시위 하는 것들 가을날 볕과 비 함께 울력해 온 거구나
어! 시위대 속에서 불쑥 꽃을 내밀며 골목의 평화주의 부르짖는 국화菊花하나 제초제 극약 처방은 멋쩍어 쏙 들어가고
강마른 호전성에 씨 붙는 국화의 말 평화를 행하는 게 어려운 일 아니구나 평화는 집 앞에서도 시작될 수 있구나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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